▲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주민커뮤니티공간으로서의 마을카페 사례 연구'_ 누군가를 위한, 우리를 위한 작은 연구 보고서
안은성
'울타리 넘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실'은 성미산의 마을카페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읽고 월세로 계약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몇 달간의 논의 끝에 건물을 매입하기로 방향을 바꾼다. 10년간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경험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3층짜리 건물의 매입대금은 대략 7억여 원. 협동조합원이 마련한 출자금 1억 원과 건물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 그리고 2층과 3층에 자리한 다섯 가구의 보증금을 더해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1층에 자리한 마을카페는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2층과 3층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내는 월세를 모아 은행 이자를 낸다. 어떠한 행정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율적으로 지역공동체가 자산을 소유한 것이다.
영국이 시행한 지역주권법(Localism Act)과 같은 강력한 제도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영국의 지역주권법은 행정이 소유한 공유 자산이나 공동체의 자산을 지역 자산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지역 자산이 등록된 건물의 소유주는 건물을 매각하려고 할 때 반드시 지방정부에 매각 계획을 알려야 한다. 지역주권법에는 지역 자산이 등록된 건물을 매각할 시 공동체에 우선 입찰권을 주는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지역공동체가 입찰에 응할 의향이 있다면 6개월간 매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 지역 자산의 운영과 관리 및 소유를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의회정치가 발달하고 지방정부의 권한이 높은 영국이기에 가능한 방법이겠지만, 지역공동체의 역량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의 의지와 공동체의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마을 만들기 대상지에 현장사무소를 설치하고 여러 명의 마을 매니저가 상주하는 독일 베를린의 마을 매니저 시스템을 참고하여 이미 조성된 지역거점 공간을 현장사무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기존의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참고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의 슬픈 그림자
지난달, 마을카페로 한 통의 우편 봉투가 배달되었다. 십여 년을 지지부진하던 이 동네의 재개발 사업이 확정되어 영업 보상평가서가 날아온 것이다. 서류를 적어 재개발조합 사무소에 제출한 지 일주일 후 영업 보상평가 용역을 진행하는 두 명의 남자 직원이 마을카페를 방문했다. 작은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맞은 편에 앉은 두 사람이 이미 제출한 서류들을 들추어 보며 몇 가지 통상적인 질문을 했다.
나는 '들어올 때 했던 인테리어 비용은 어찌 되느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들은 "인테리어는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온전한 보전은 어렵다"고 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물건이 그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평가 목적이라며 이해해달라"며 "인테리어를 하는 데 얼마가 들었느냐"고 묻는다.
"1200만 원이요."
대답을 들은 두 사람이 되묻는다. 이걸 어떻게 그 돈에 다 했느냐고.
"주민들이랑 페인트 사다가 직접 칠하고, 테이블도 손수 만들었거든요."
이곳이 이윤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이해한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월급 받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라고 하니,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도 묻는다. 나는 "문화 환경이 부족하고 낙후한 동네였기에 더욱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았는데,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취지 때문에 우리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