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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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제도의 정착을 재량근무제도와 탄력 근무제도의 확대를 통해 피해보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특히, 탄력근로제 도입은 사용자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필요에 따라 한 주 중 어떤 날은 노동자들에게 일을 법정 노동시간보다 더 많이 시키더라도 한 주 전체의 노동시간을 합친 게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지만 않는다면, 연장노동이 발생한 날에 대해 연장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례 업종의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는 '노사간 합의'로 없어질 수 있다. 최대 일 12시간 근무가 가능해졌지만 초과수당 지급 또한 '노사간 합의'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법적 강제 조치가 아닌 것이다. 이는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야간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으로 날라 온다. 책에서도 안타까운 사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월급이 150만원 가까이 깎이거든요. 생활이 안 되죠. 노사가 적절한 선에서 합의 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작년만큼 월급 보전은 힘들 것 같아요.'
급식 노동자 박정연씨는, 주52시간 법제화로 야간 노동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임금이 150만 원 정도 깎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일상에 일을 하나 더 우겨넣을 수밖에 없다.
'조영재씨는 병원 조직도에서 최하위 직종이라고 자신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최하위' 아래 새로운 '최하위'가 생겼다. 외주 용역화 이후 일하게 된 이들 말이다.'
-병원 지원직 노동자 조영재씨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 제외 사업장에 속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조영재씨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필수적인 의료 인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직종을 외주 용역화 하였다. 이는 노동자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병동의 수를 늘리고,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노동 강도를 높인다.
게다가, 일하지 않고 있지만 일을 생각해야 하는 멀티미디어 업종도 문제다. 언제 일이 떨어질지 알 수 없어 24시간 기다려야 하는 방송작가 지은씨의 경우, 업무는 언제 어디서든지 해야 하고 밤샘 노동도 감내해야 한다.
사람은 고무줄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일을 꼭 꾸준히 많이 해야 사람이 죽을까? 그렇지 않다. 평균 52시간 미달하여도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규칙, 야간 노동의 경우 주 52시간 미만이더라도 압축노동(하루 20시간 이상의 노동)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이 있을 경우 산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수많은 이들이 죽은 다음에 얻을 수 있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들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인가?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해한 사업장이라고 밝혀져도 행정조치가 쉽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가 아픈 낌새가 보이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게 쉽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조명을 밝히고 속도를 더해 가는 데 비해, 달빛 노동자들의 고통은 효율과 편의라는 수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야간 노동자들은 달빛보다 더 차가운 도심의 불빛 아래 스러져 간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전주의 원칙을 세워, 사업장이 노동자에게 유해하지 않음을 사전에 증명하고, 유해하다면 미리 차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올해 2019년 노동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노동자들에게 보낼까. 이번에는, 홀로 쓰러져 있는 달빛 노동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에 이 책을 꼭 봤으면 한다.
달빛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야간 노동자 이야기
신정임.정윤영.최규화 지음, 윤성희 사진, 김영선,
오월의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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