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니콜라스 교회선원들을 바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성 니콜라스를 모시고 있다.
노시경
고대로부터 바다의 위험에서 선박과 선원들을 보호해주었던 성 니콜라스(St. Nicholas)는 이 교회 안에 자리하면서, 스플리트를 오가는 많은 선원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현재도 이 교회는 산 속에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홀로 남아 묘한 미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도시에서 벗어난 휴식처 같은 교회는 이 길을 지나가는 여행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나는 아름드리 소나무 우거진 길을 계속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니 평평한 언덕이 펼쳐지고 있었다. 꽤 넓은 언덕 위에는 스플리트 기상관측소와 작은 공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언덕 주변에는 운동기구들도 곳곳에 있어서 스플리트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몸을 단련 중이었다. 공원 앞으로 펼쳐진 바다는 더욱 파랗게 빛나는 듯했다.
예상 외로 산 정상까지는 기나긴 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와서 보니 이 공원은 언덕이 아니라 작은 산이었고, 정상을 가는 길은 식사를 든든히 하고 와야 하는 작은 트레킹 길이었다. 다행히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지는 않아 나는 다시 모자를 눌러쓰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거의 다 와서 머리를 들어보니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 같은, 또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그 계단 너머 마르얀 언덕의 정상에는 크로아티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우뚝 솟은 국기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크로아티아 국기는 산 정상의 바람에 맞서며 요란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드디어 마르얀 언덕의 정상에 올라섰다. 산 정상에는 외국에서 온 여행자는 전혀 없고 이른 아침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주민들만이 보일 뿐이다. 한적한 산 정상으로는 마음이 벅차 오를 정도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햇살과 바다가 잘 어울리는 곳
산 정상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들이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르얀 언덕이 스플리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한폭의 그림 속, 화룡정점은 바람 속에 휘날리는 크로아티아 국기이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크로아티아 국기가 참으로 세련되게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잘 익은 듯한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화 속에 크로아티아의 상징과도 같은 체크문양이 국기 중앙에서 빛나고 있었다. 빨간색 체크 무늬는 아침 햇살을 받아 참으로 탐스럽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스플리트 도시를 바라보는 아드리아해는 이곳에서 훨씬 더 섬세하게 다가온다. 스플리트와 스플리트 맞은편의 치오보(Čiovo) 섬 사이에는 마치 바다가 강처럼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섬이 바다를 감싸고 그 앞으로 유람선이 떠 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운치 있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