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신고(고성군 토성면 주민센터)“속초시(고성군)민 산불피해신고는 금일(4월 8일)까지 각 동(면) 주민센터에서 신고받습니다. 속초(고성)재난안전대책본부” 이런 문자가 속초시를 통과할 때 메시지로 들어오더니, 고성군에 들어서자 다시 고성군에서 메시지로 들어왔다.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피해를 모두 확인해 신고하란 소린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덕수
지난 8일, 3시간 정도 강원도 고성 산불 이재민이 생활하는 천진초등학교 대피소(고성군 토성면)를 둘러봤다. 피해 신고를 하는 토성면 사무소도 찾아 이재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생각했다. 의식주에 필요한 물품 아니면 약품? 다양한 부분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렇게 현장을 둘러본 기자는 "당장 이재민들이 무엇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기념 티셔츠 등 안 입는 옷들 있으면 이쪽으로 좀 보내주세요. 이재민들은 가재와 옷들이 모두 타버렸답니다. 산불 재난 지역인 고성군에 보내주면 좋다고 그러네요. 옷 정리해서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강원도는 먹을 것보다 의류가 너무 부족하답니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
그 밖에 물품(슬리퍼, 기초화장품, 어르신들 지팡이, 복대, 그릇류)가 많이 필요하시답니다. 상자에 물품 종류 적어주세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
△△대학교 체육관
033-XXX-XXXX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 여러 곳에 산불과 관련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피해 초기 '뭐가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SNS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보면 이런 게 진짜 필요한 줄 안다. 그러나 왜 기념 티셔츠같은 본인도 안 입는 옷을 이재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까. 피해조사가 끝난 후 곧장 사용해야 하는 장갑과 삽, 괭이, 빗자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이런 류의 글이 유포되면서 이재민 센터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낸 헌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에 고성군 자원봉사센터는 '허위문자 등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까지 남겼다.
현장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당장 시급한 건 '피해 조사'다. 그리고 아직 생각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다. 그동안 하나씩 살펴보며 꼭 필요하다 싶은 역할을 각자 하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