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원주민 조형물이 공원을 꾸미고 있다.
이강진
꼬불꼬불 산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거의 내려왔을 때 공원(Heritage Park)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기대를 갖고 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인기척 없이 조용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조금 실망하며 숲으로 둘러싸인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잘 정리된 장소가 있다. 나무로 만든 원주민 동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장식물로 공원을 꾸몄다.
공원에서 보이는 풍경도 멋지다. 바다와 어우러진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걷고 싶은 산책로도 몇 개가 있다. 계획 없이 들어선 길에서 보통 관광객으로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장소를 만난 것이다. 길을 잃을 때부터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공원을 벗어나 동네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소형 관광버스 서너 대가 쉬지 않고 다니며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동네 한복판은 붐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은 영어가 아니다. 유럽 계통의 언어가 대부분이다. 주민 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동네다. 앞바다에는 큰 바다를 건너 온 커다란 유람선도 떠 있다.
자그마한 교회 앞마당에서 들어선다. 동네 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채취한 꿀, 개인이 만든 잼 등 호주 시골에서 열리는 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뉴질랜드 원주민의 상징물을 옥으로 직접 제작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물론 이곳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네에는 자그마한 박물관도 있다. 동네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함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인이 1840년도에 이주했다고 한다. 이 지역을 프랑스 식민지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로 만들려는 노력이 무산되면서 많은 유물과 전통적인 프랑스 건물들이 손실되었다는 아쉬움이 쓰여 있다. 박물관 옆에는 초창기의 사용하던 법원 건물(court house)이 잘 보전되어 있었다.
관광객 틈에 끼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오래된 식물공원(Botanical Garden)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다. 해안 경치 좋은 곳에 앉아 바다에 떠있는 요트와 유람선 등을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만약에 이곳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보다 프랑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 없다. 강대국들의 땅뺏기 싸움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