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자위대의 전신인 경찰예비대. 1953년 사진.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또 일본은 국가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미일동맹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행보도 보인다. 손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걸을 때가 있다. 위 논문에 소개된 사례 중 하나는 아래와 같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인해 대(對)러시아 제재가 취해지던 시기에도 일본 정부는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지속하면서, 양국간 남쿠릴열도 반환 문제나 시베리아 자원개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해왔다."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와의 경협을 과감하게 논의했다. 만약 아베 신조 정부가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면, 한국 정부처럼 미국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지 않았을 확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미일관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보다 더 결정적인 사례가 있다. 일본이 미국 외교정책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되레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이 미국에 영향주기도, 국제 관계란 그런 것 아닐까
2017년에 미국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국제전략을 공식화했다. 인도양 및 태평양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한다는 이 전략은, 미국의 공식적인 최대 라이벌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뀌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의를 띠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을 이런 전략으로 이끈 원동력 중 하나가 일본의 대(對)중국 정책이다. 중국의 급부상과 세계정세 변화 때문에 미국이 이런 전략을 내놓기는 했지만, 일본이 자국의 대(對)중국 전략을 위해 미국을 그 방향으로 유도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먼저 발의한 쪽이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2016년 8월 아베 신조 총리가 이 전략을 먼저 천명한 뒤, 미국을 이 방향으로 유도했다. 어차피 미국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일본이 미국의 결심을 재촉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주일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의 논문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미·일 전략구상과 일본의 방위계획대강 개정 전망'은 이 대목을 이렇게 해석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발상은 일본에 의해 먼저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 해병대 전략연구소가 2018년 발행한 <전략논단> 제27권.
이처럼 일본은 한편으로는 허리를 숙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독자 노선을 모색할 뿐 아니라 미일동맹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미일관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충고대로 한미동맹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한일간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일동맹은 일본한테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데 반해, 한미동맹은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그대로 유지될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다 보면, 한국은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같은 민족 내부 문제에서마저 미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한미관계가 아니라 한일관계에서 문제가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딱 하나다. 한국도 한미동맹을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다.
한미동맹에 변화를 주지 말라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충고는 한국한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문재인 대통령한테 해줘야 할 충고는 '어떻게든 미국을 설득하고, 어떻게든 한미동맹을 변화시키라'가 더 합당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공유하기
'한미동맹 불변' 고수하는 나경원, 일본을 한번 보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