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남초등학교 있는 마을도서관 '꿈꾸는 은어'
김성훈
꿈을 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5일,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장흥남초등학교를 찾았다. '꿈'이라는 명사에 어울리게 구성된 도서관이었다. 아담한 실내는 마치 동화 속 엘리스가 금방이라도 짠 하고 나타날 것 같고, 2층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면 나니아 연대기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무대가 펼쳐질 것 같은 상상을 자극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얼마든지 어린이들의 상상으로 무궁무징 채워 갈 수 있는 공간, 문화예술 교육을 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꿈'으로 만들어진 도서관, 그렇기 때문에 첫 독서토론 수업은 '꿈'으로 시작했다.
4학년 8명, 5학년 17명이 참여하는 이번 수업은 앞으로 열 번의 인연으로 채워진다. 학교 수업일정으로 인해 매주 금요일 1, 2교시로 나눠 전반에는 5학년이, 후반에는 4학년이 참여한다.
공간에 대한 탐험이 끝났다면, 함께할 인물을 알아볼 시간이지 않을까. "뭐지, 뭐지" 하며 도서관에 실내화를 벗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색깔, 마음에 드는 단어가 적혀 있는 책을 들고 오라고 주문했다. 이때 책 내용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생과 달리 장흥남초등학교 학생들은 책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애들아 한 권만 가져와"라고 재 부탁을 해야할 지경이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많은데, 어떡해요?"라고 내게 되물으면서, 책을 들고 "코카콜라 맛있다"를 한번 흥얼 거리더니, '다'가 끝나는 지점의 책에 눈을 주고, "선생님 이것으로 할게요"라고 말했다. 거기에서 내 승낙은 별 의미가 없어보였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물었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고, 꽂힌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에 얽힌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이를테면 '눈'이라면 눈사람을 만든 경험이라든지 눈에 얽힌 이야기라든지가 그렇다.
마음에 드는 책의 표지도 쓰다듬게 했다. 이것은 토론 수업을 하기 전에 걸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기도 했다.
"손으로 책을 쓰다듬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울퉁불퉁해요."
"글자 부분이 튀어 나왔어요."
"차가워요."
"딱딱해요."
아이들은 저마다의 느낌으로 한마디씩을 했다. 눈을 뜨게 하고, 아이들은 잠깐 동안 나는 바라봤다. 바로 그 느낌을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내 눈치를 챈다. '시각 장애인'이라는 말을 나직이 뱉기도 했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눈으로만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나무라는 자원을 활용해 우리 손에 공급되는 책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잠깐이라도 갖기 위한 수업 절차였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세상에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 책이 만들어지는 험난한 과정, 그리고 책을 읽기까지의 세세한 감각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이 다 깨달을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생각할 꺼리를 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꿈을 찾는 것은 어쩌면 내 삶의 이유를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다. 웹툰 작가, 소방관, 요리사, 발레리나 등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가지각각 나왔다. 좋다며 호응하며, 그리고 넌 할 수 있을거라는 말도 하며 꿈을 응원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음번에 만날 때 아이들에게 하나 더 생각해 올 것을 일러뒀다.
"왜 꿈을 꾸는데, 하는 일, 직업만 생각해?"
다음번에 만난 아이들에게 재차 꿈을 묻기로 했다. 아이들의 대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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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로컬문화콘텐츠 기획자
해남군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 주민자치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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