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 1페이지와 3페이지. 이 법안은 정당의 명칭 끝에 '당'이라는 글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빨간색 박스 안).
오마이뉴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OO당'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을 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창당준비위원회 설립신고서가 반려될 것이고, 정당설립 주체가 '당'자를 안넣을 것을 고집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정당설립 자체가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설립의 여러 가지 요건 중에 '작명에 관한 강제규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백 의원은 사례로 2013년 일본에서 창당해 참의원·중의원 두 번의 선거에 출마한 '지지정당 없음' 정당을 콕 집었다. 만약 한국에서도 어떤 정치세력이 '지지정당 없음'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선거에 나올 경우, 이들의 불순한 의도로 인해 유권자들은 투표권 행사에 있어서 심각한 착오를 일으킬 것이며, 현행 정당법에는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개정 이유로 제시했다. 과연 이러한 정당설립의 규제 장치가 바람직한 것일까?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정안의 세 가지 문제점
입법 취지에 대한 일부 동의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국민의 정치적 결사와 의사표현의 자유권에 관한 헌법가치의 훼손 가능성, 둘째 최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과잉금지의 오류와 한계, 셋째 새로운 정당의 출현과 소수정당의 의회진출을 가로막는 정치장벽의 역기능이라는 측면이다.
먼저 국민의 정치적 결사와 의사표현의 자유권 침해를 살펴보자. 현행 헌법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8조 1항),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함(8조 2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곧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함을 의미하는 것이다(2006년 헌법재판소 판시).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에는 당연히 '정당명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부합하는 정당의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사, 세계의 정당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의 정당명을 보자. 대표적으로 '새정치국민회의'(1995년, 김대중 당대표) '자유민주연합'(1995년, 김종필 총재) '국민승리21'(1997년, 권영길·이창복 공동대표) '새정치민주연합'(2014년,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이 존재했으며, '국민생각' '친박연대' '우리미래' 등 '당'을 붙이지 않는 정당은 부지기수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현재 프랑스의 집권당은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 이탈리아의 연정집권당은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이며 스페인의 유력정당으로서 '우리는 할 수 있다'(Podemos)도 존재한다. 가까운 이웃 아시아만 하더라도 홍콩의 청년정당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 대만의 청년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도 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당법에 '당명강제규정'을 둔 '꼰대 국가'로 가자는 취지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조금 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