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통계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재적 학생 수/교원수"로 계산함.
이무완
부모가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져야
교사가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교육자로서 판단에 따라 지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요즘 기초학력 미달이 어쩌니 하고 지껄이는 말을 보면 교사가 아이를 가르칠 수 없게 해놓고 나무라는 격이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 교실에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가 있다고 치자. 담임교사가 가르치고 싶어도 수업 시간 말고는 가르칠 시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을 내어 한두 시간이라도 교실에 남겨 가르칠라치면 학부모 항의가 빗발친다. 왜 우리 아이를 남겨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느냐, 누구 동의를 받고 하느냐, 우리 아이는 한글 몰라도 되는데 왜 학업 스트레스 받게 하냐, 방과후수업이나 학원 수강을 받지 못하면 책임질 거냐고 한다.
부모 처지에서 자녀가 공부 못하는 아이,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라고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건 충분히 공감한다. 결국 학교에서는 학부모 동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 말고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몰라라 하고 학교를 나무라선 안된다.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그 헌법 조항이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자면, 그 의무를 저버린 학부모에게 '기초학력 책임교육'만큼은 강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은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난다
기초학력 부진은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단 이후 아이들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문적 프로그램이나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테면, 해마다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통계치를 보면, 12만 2천명이 넘는다.
이런저런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와 관련한 어떤 프로그램이 지원되는가. 또, 학교에 소변 난독증을 보이는 학생도 많다. 학습장애는 일반적으로 읽기·쓰기·수학 장애로 나뉘는데, 그중 읽기장애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게 난독증이다. 일반적으로 난독증의 80%는 유전이며, 나머지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지능지수나 다른 능력은 정상이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공부하기 싫어서 꾀를 피우는 것으로 보여 발견하기도 어렵다.
2015년 교육부가 전국 154개교를 표집으로 한 '난독증 현황 파악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8575명 가운데 4.6퍼센트가 난독증이거나 난독증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어 2017년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낸 '난독증 선별 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 초등학생 2만 3491명이 난독증으로 의심·추정된다고 했다.
난독증으로 보이는 학생은 8710명(0.33%), 난독증으로 의심되는 학생은 9608명(0.36%), 추정되는 학생은 5173명(0.19%)이었다. 초등학생 가운데 적게는 0.33퍼센트, 많게는 0.88퍼센트가 난독증인 셈이다. 이런 아이는 담임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는 생각으로
길게 말했지만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의무로 해서 일제고사를 부활하는 일이 아니다. 말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 책임진다'고 하면서 오히려 초등학교 낮은 학년까지 시험을 확대해서 입학 전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이다. 교육부에서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방안으로 낸 것을 보면 '학교 안 학생 맞춤형 지도, 기초학력 보장 선도·시범학교 운영, 학교 다중 지원팀 구성 운영, 보조인력 배치,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같은 것들이다.
이제까지 해온 일이고 너나없이 아는, 지극히 상식스런 대책이다. 하지만 학교 안 학생 맞춤 지도와 다중지원팀 운영,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이 제대로 작동해왔는가부터 살펴야할 것이다. 흔히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하는 현장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학습 부진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져 온 학습 습관뿐만 아니라 아이마다 다른 개인적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다. 단순히 부진 상태를 벗어나는 것으로만 볼 때 일제고사로 잴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치로만 생각하기 쉽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아이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 높은학년이 어렵다면 낮은 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법을 마련해서 낮은 학년에서 한글 해득뿐만 아니라 기초 셈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다잡아주어야 한다. 천천히 배우는 학생,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에게 사회, 정서적 지원을 집중할 수 있게 행정 업무를 과감히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동시에 이들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학부모 동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진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단 이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담임교사가 진단활동으로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발견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난독증, 난산증이 있는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
이문재 시인의 시 일부분을 옮겨적고 마무리하겠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기초학력 책임교육도 지금 여기가 맨 끝이면서 맨 앞이어야 한다. 시간으로나 실천으로나 지금 여기에서 구체 진단과 비판, 반성과 다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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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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