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통로의 기념품 가게.지하통로 양쪽의 상점들에서는 다양한 기념품들이 팔리고 있다.
노시경
이 지하의 공간은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남문으로 통하는 지하통로였다. 원래 남문은 해안과 맞닿아 있었고 선박들의 정박지에 연결된 대문이었다. 그런데 로마시대 이후, 남문 앞 해변을 매립하면서 이제는 이 남문의 지하통로가 리바 대로와 연결되는 통로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지하통로는 대낮에도 너무 시원했다. 통로의 거대함 외에는 옛 로마시대의 영광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어두움 속의 공간이 마치 로마시대로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지하통로에서 북적거리는, 수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로 인해 지하의 공간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이 지하통로에는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나는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지하통로 양쪽으로 상점들이 위치해 있는데, 대리석 기념품, 공예품, 액자그림, 기념 자석, 산호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들이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가게들보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싼 것 같아서 눈으로만 구경하며 상점가를 통과했다.
천장도 높고 넓은 공간, 어두움 속 신비한 분위기, 왁지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이곳에서 춤을 추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우리나라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여배우가 이곳에서 춤을 추던 모습. 평생 동안 따라다닌 여배우의 굴레를 벗어던지며 자유를 만끽하던 순간의 그녀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아마도 빨간 상의를 입고 춤을 추고 있었을 거야. 크로아티아의 낭만에 취하고 이 지하통로의 신비함에 취해 있었던 것 같아."
"정말 왠지 춤이 추고 싶어지는 곳이네. 하지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마음을 진정해야겠지?"
지하통로의 상점가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들어가자, 1960년에 발굴된, 로마 황제의 지하궁전 입구가 나왔다. 포드루미(Podrumi)라고 불리는 이 지하궁전은 발견 당시 고고학적으로 매우 가치있는 건축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어두운 지하궁전의 입구에 서 있는 철문을 보면, 마치 칙칙한 지하실이나 감옥의 입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플리트의 이 대표적인 로마 유적은 오후 9시라는 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도 비싸게 받을 정도로 내부 유적이 값어치가 있고 자랑스러운 유적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