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게임은 노동을 플레이하도록 하면서, 게임 유저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윤리를 내면화한 호모에코노미쿠스라는 주체로 훈육한다.
게임 화면 갈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임은 정말 '게임'일 뿐일까
이처럼 현실에서의 노동 환경과 조건은 시뮬레이션 게임 속으로 들어오면서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들은 노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으로, 즉 노동을 재미로 플레이하면서 경험의 재미를 얻는다. 게임이 재현하는 상황이나 시각적 경험은 현실에서와 무척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하는 노동은 언제나 노동이 아니라 플레이, 즉 놀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 속에서의 노동이 무의미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노동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여전히 노동을 경험하는 셈인데, 때로는 그 노동의 시간과 강도가 단순히 감내해야 할 것, 게임처럼 즐겁고 즐길만한 것으로 낭만화하게 된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 즐기기만 하라는 것도 일견 맞는 말이지만,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어의 노동과 그 노동에 투여되는 시간, 그리고 플레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실제로 매우 물질적인 것으로 그것이 현실과 맺는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말하자면, 게임의 플레이 혹은 게임을 통한 노동은 그 자체로 플레이어의 재미만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지는 않는다.
모든 노동의 절차가 자동화되고 가상화되는 게임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플레이어는 스스로 경영자가 되는 자본주의적 인간, 호모에코노미쿠스, 나아가 노동을 놀이하거나 놀이로 노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지금 여기에서의 노동 현실과 조건을 그저 하나의 시뮬레이션의 대상으로 경험한다.
또한 게임은 플레이어의 노동 시뮬레이션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어의 게임 데이터 수집과 이를 통한 미래 경제의 시뮬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트럭운전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어들의 데이터가 머지않아 무인(자동운전) 트럭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플랫폼을 제작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로 쓰일지 누가 알겠는가. 게임 속 노동이 현실노동의 시뮬레이션이 되고 또 그것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자동화의 시뮬레이션이 되는 그런 시대가 금방 도달할 것만 같다. 그때 인간의 노동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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