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현장이 신혼부부 관광지로'란 제목의 1989년 3월 29일자 <한겨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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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동안 관덕정 광장에서 4.3의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41년 만에 제주에서 처음으로 추모제가 열렸던 1989년 4월 1일, 당시 노태우 정권은 광장을 원천 봉쇄했다. 1991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적어도 관덕정 광장에서는 1960년 4월, 학생들이 외쳤던 4.3의 진실을 듣기 어려웠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4.3 항쟁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이뤄졌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건 발생 5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으며 2007년 위령제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 없이 10년이 다시 지났고, 문 대통령은 2018년 70주년 추념식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하면서 "배·보상과 국가 트라우마 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3 특별법 개정안은 '흔들림 없이' 제 자리만 맴돌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정부는 1년이 지나도록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국회에 제출한 검토의견서를 통해 "타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 국가 재정 여건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는 "배·보상은 사회 갈등 유발 가능성,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이유로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정부 입장이 공식적으로 이러하니 국회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여야 지도부가 4.3 특별법 개정 처리를 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정작 지난 1일 열린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4.3 특별법 개정안 4건에 대한 심사는 보류됐다. 추념식에서는 유족들을 위로하며 특별법 통과를 공언하지만, 서울로 돌아와서는 당리당략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지난 1일 국회에서 직접 지켜본 송승문 제주 4.3 유족회장은 "그래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진한 부분은 정부에서 답을 주면, 그걸 검토해서 4월에 결론 내리겠다고 회의가 진행됐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이번에도 통과가 안 되면 내년 추념식 때는 여야 막론하고 입장을 거부시키겠다"고 했던 송 회장은 "4월에 안 되면 육지에 올라갈 준비도 하고, 특별법 개정안만 갖고 압박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약속을 어기면 정상적인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우리도 서서히 준비해야죠."
1960년 4월의 대학생들... 59년 후 그 자리에 다시 선 대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