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이색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왼편이 김영곤, 서혜진 작가. ‘시냇가 심은 나무’ 목공소에서 만든, 달과 별과 해와 구름과 물과 나무를 형상화한 책상.
원동업
사람이란 자양분 속에서
'스페이스 이색'은 이전에 '사비나 갤러리'가 있던 곳입니다. (사비나는 현재, 은평구 진관동으로 새 집을 지어 갔죠) 구도심의 골목길에 스페이스 이색이 숨어 있었습니다. 서혜진 작가가 이곳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은 '아빠 덕'입니다. 그의 부친 서영호 님은 40여 년 경력의 솜씨좋은 목수인데, 전시 공간 파티션이나 좌대 등 시설물 설치를 했다죠. 이색이 새로 문을 열며, 공간을 서 목수에게 맡긴 것입니다. 서 작가도 이곳에 들렀다가, '부녀작업단'으로 공간 관계자들 눈에 띄었습니니다. 별, 달, 해, 구름, 물, 땅, 나무, 이렇게 천지창조가 주제인 서 목수의 책상은 이 전시의 한 '부분'이 되었고요. 전시의 타이틀 '시냇가 심은 나무' 자체가 서혜진 작가 부친의 목공소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목공소가 도림천 부근에 있어요. 저희가 신림으로 이사할 때, 월세가 쌌고 무엇보다 2층이 주택이라 재밌는 공간이겠다 싶어 구했죠. 아버지와 제가 폐가에 가깝던 그곳을 손수 바꿨어요. 2층은 에어비엔비 숙소로 두고, 저는 자주 작업실로도 활용했어요. 거기 가는 동안 도림천을 들러갔죠. 5년여 동안이요. 그곳의 풀과 나무들, 물과 새들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그런 풍경들을 그렸어요. 이 전시는 그런 제 일상의 공간을 재현하는 일이었어요."
드로잉과 회화로 전시장을 채운 서혜진 작가에게 '민화'와의 인연을 물었습니다.
"남편은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한국에서 인디밴드 공연 혹은 공연기획 작업을 해요. 외국인인 남편이 한국의 예술에 대해서 아름답다고 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의 친구들 역시나 비슷한 곳을 짚었죠. 한국의 전통 문양들, 한국적 패턴같은 거요. 그게 도대체 어떤 걸까 하고 저도 더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