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영 작가는 도자기에 나무시리즈에 이어 자작나무 시리즈를 회화 기법을
김희정
그 후 그는 도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했다. 도예를 제대로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전국을 수소문했다. 그러다가 이천시 신둔면 파출소 뒤편에 있는 요장으로 오기로 했다. 하지만 요장 사정으로 인해 계획은 무산 됐다. 그 바람에 그는 은인이자 인생의 큰 스승을 만나게 됐다. 정종태, 양웅모 도예가다.
그는 부산의 장안사 부근의 전통도자 요장, 백두사 근처의 백화요에서 두 스승에게 다양한 가르침을 받았다. 흙 수비하는 방법, 약토(물토)로 유약 만드는 방법, 물레 성형, 가마에 불 때는 방법 등 전통도자 제작기법을 연마했다. 두 스승은 그들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그에게 전통도자기법을 전수해줬다. 덕분에 그는 전통 도자제작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스승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 가운데 유약 만드는 방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산 아래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묵은 논이 있어요. 아침이면 그 논에 가곤 했는데 구리구리하게 고약한 냄새가 난답니다. 수십년 동안 산에서 내려온 나뭇잎이나 산야초, 논의 볏짚, 미생물 등이 흙과 섞이고 부숙되어 만든 냄새죠. 그 논의 물을 휘이 저으면 흙이 올라와 흙탕물이 되지요. 그것을 채에 거르면 미세한 입자는 가라앉고요. 그 일을 20일 쯤 한 다음 윗 물은 버리고 바닥에 남아있는 앙금을 말려요. 그것을 분말처럼 갈면 요즘 '물토'라고 하는 '약토'가 돼요. 그것을 나무재와 섞으면 독특한 색감의 유약이 된답니다."
오규영 작가는 공창규 아이옥션대표와의 만남을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여겼고 역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1999년 공창규 대표를 만났는데 그때부터 2011년까지 경기도 광주시 수양2리에 위치한 도자작업장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제작했다.
작업장은 산중턱의 고즈넉한 곳에 있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외에 하루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할 때가 수일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대학원 논문을 쓰고 작품의 모티브도 얻었다. 어느 눈 내리는 아침, 작업장에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새하얀 눈으로 덮인 나무 풍경에 매혹됐다. 그것이 발아 돼 도자작품 겨울나무 시리즈가 탄생했고 자작나무 숲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는 도자기에 날아가는 새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블루비(Blue B. 파랑새)시리즈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