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회의실에서 있은 법전협과 법실련 간 담화 모습. 오른쪽 담화자가 김순석 이사장. 김순석 법전협 이사장은, "법무부가 사법시험의 패러다임에서 못 벗어나 변시를 사법시험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로스쿨이 교육기관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교육부(법학교육위원회)에서 변호사시험을 주관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박은선
- 최근 박상기 법무장관을 면담한 것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이었나?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에 관해 논의했는데 장관은 합격률에 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교과나 선택형 시험 과목의 축소, 시험장 확대, 컴퓨터 시험 실시 등은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변시와 관련해 법률 개정 사항은 국회를 거쳐야 하니 어렵고,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 사항은 적극 고려하겠다고 하였다."
- 하지만 시험장 확대 등을 해도 변시 합격률 문제 해결 없이 의미가 없지 않나?
"물론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하다."
- 지난해 10월 25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현재의 변시 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발언이 타당했다고 보는지?
"법전협은, 지난 18일 성명서나 건의서(이하 원문 수록)에서 밝혔듯 (장관과) 같은 입장이 아니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함에 있어 3년 교육과정으로 설계됐다. 그럼에도 7년 이상을 고려해 산정된 '누적합격률 80% 이상'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 전직 로스쿨 교수로서 로스쿨의 현황을 모르지 않는 박 장관이 왜 팩트를 비트는 건가?
"전직이 아닌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법무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럼 법무부가 왜 변협측을 옹호하느냐고 또 묻는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얘기하기가 어렵다. 다만 우리 로스쿨 교수들은, 지금까지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운영해왔지만 지난해엔 바뀔 것이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변시 합격자의 수를 위원들이 '거수'로 결정하고 법무부장관이 별다른 의지표명 없이 이를 수용했단 사실에 우리 교수들은 실망했다.
'신규 변호사 배출 수'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다. 따라서 이를 결정함에 있어 변호사단체 내지 변호사들과 관계있는 이들의 의견만을 듣고 시민단체 등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등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문제다."
- 법전협은 건의서에서 '응시자 대비 60% 이상 합격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이즈음에도 법무부에 유사한 요구를 했는데?
"이번 요구는 종전과 다르다. 학생들의 총시위가 있었고 공중파의 기획보도 등 언론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전국의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심혈을 기울여 건의서를 작성했다. 변시는 궁극적으로 로스쿨 도입 취지상 자격시험이어야 하고, 지난해 서울대 법학연구소 및 아시아태평양 연구소는 그 최소 기준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 합격률'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2천명을 넘으면 법무부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아 오는 4월 변시 응시생의 60%인 1,998명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라고 주장한, 그런 현실적 측면이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신규 법조인 배출시 우선적 고려 대상은 '국민'이다. 그런데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이익과 변호사 수급을 모두 고려해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했음에도 지금껏 로스쿨의 신규 법조인 배출은 1,600명을 넘은 적이 없다. 이러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에 문제가 생긴다.
또 변호사 2만 명 시대다, 변호사업계가 불황이다 그러는데 그게 로스쿨 때문이 아니다. 과거 사법시험체제가 유지되어 매해 1천 명의 신규변호사가 배출됐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변호사는 2만 명이 넘었을 거란 얘기다. 그럼에도 자꾸 로스쿨 탓을 하니 최소한 응시자 대비 60%라도 배출하라는 궁여지책이었다. 최소한 그것이라도 좀 관철해 달라는 것이다."
- 학생들이 왜 2.18에 공부를 멈추고 거리로 나왔다고 생각하나?
"변호사시험법을 보면 '변협 등의 의견을 들어 법무장관이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의견을 듣긴 듣지만 장관이 이를 무조건 좇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스스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법무장관이 변협 등의 의견만 따르며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정하고 있으니 이는 장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며 학생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의 '일관성 없음'에 분노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로스쿨 졸업생은 계속 느는데 신규 변호사 수는 계속 1,600명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된다. 그 결과 변시 커트라인 점수가 계속 올라 1기와 7기의 점수 차이가 무려 160점 이상이니 학생들로서는 시쳇말로 공부할 맛이 나겠나. 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변호사의 자격'에 미달된다니 기수 간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우리가 고시생이냐', '이럴 거면 로스쿨 문을 닫자'는 말들을 한다. 학생들은 공부하기 싫어 거리에 나온 게 아니라 로스쿨다운 교육, 진정한 21세기형 법조인양성교육을 원하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파괴하며 로스쿨생들을 수험법학에만 매몰시키고 변시 낭인, 오탈이라 불리는 응시금지자, 나아가 청년실업자들을 양산하는 지금의 신규 변호사 수 통제 내지 변시 합격자 수 통제에 학생들이 항의하고 있다고 본다."
- 법전협이 건의서에서 '차라리 변시 관리기관을 교육부로 이관하라'고 파격적 요구를 한 이유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을 하려고 로스쿨을 만들었고 법무부는 '시험만 관장'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법무부가 종래 사법시험의 패러다임에서 못 벗어나 변시를 사법시험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로스쿨이 교육기관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실무와 접목된 법학교육, 각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 다양한 전공과 사회경험을 활용한 전문법조인 양성교육, 바른 법조인인성 함양 교육, 지역 법률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역인재 교육, 사회적 약자의 법조인양성 장려 등이 일제히 무너졌다.
그러니 이럴 거면 차라리 교육부(법학교육위원회)에서 변호사시험을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험이 교육을 흔들며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사법시험 체제가 아니라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체제'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 법무부는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려면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통제해야 한다는데?
"반대로 질문하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90%이상 합격시킨다. 이들은 양질의 의료인이 아닌 것인가? 어떤 전문교육기관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 중 과반수가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면 그 전문교육기관은 왜 존재하는가. 일반인들은 '변시 합격률 40%대'라고 하면 로스쿨생들 참 공부 안한다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40%대다. 아무리 점수가 높아도 무조건 과반수는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또 위 서울대 법학연구소 등의 보고서에서도 밝히듯, 1만 명 이상의 학부 졸업생들 중 2000여 명이 로스쿨에 입학하고 유급, 졸업시험 등 엄정한 학사과정을 거쳐 졸업하게 된다. 이들 중 무조건 과반수를 배제하는 것이 '양질의 변호사' 검증인가.
정말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고자 신규 변호사 배출을 막는 거라면 합격점(커트라인)의 변화는 또 어떻게 설명할까? 법무부는 로스쿨 1기 졸업시기인 2012년에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에 충분'하다면서 합격점을 720.46점으로 했지만 2018년 7기 졸업시기엔 그 합격점을 881.9점으로 높였다. 그럼 2018년의 변시 불합격자 1,641명 중 2012년 기준으로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이 충분'하여 '양질의 변호사'가 될 이들이 적지 않았단 것인데 왜 이들에겐 변호사자격을 주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