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핀 통영 봉숫골눈꽃이 내린 듯 아름다운 봉숫골 벚꽃길이다.
최정선
봄의 봉숫골은 꽃대궐을 세워놓은 듯하다. 누구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사계절 방문해도 좋은 곳이 봉숫골이다. 초입에 만날 수 있는 다도해의 코발트블루빛 전혁림 미술관에서 안구를 정화한 뒤, 통영을 대표하는 아귀찜을 비롯해 대구찜, 미더덕찜, 게찜 등 찜 골목을 슬슬 거닐 수 있다. 여기저기서 입과 코를 자극하는 기름 냄새가 침을 고이게 한다.
벚꽃의 향연이 멋들어진 봉숫골에는 근대의 역사의 흔적인 적산가옥이 많다. 적산(敵産)은 본래 '자기 나라의 영토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의 재산 또는 적국인의 재산'을 뜻하나,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일컫는 단어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봉숫골의 적산가옥이 즐비한 것은 근접 동네, 도남동 일본 집성촌 덕이다.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일본의 조선 진출 요충지로 통영이 지목되면서 지금의 도남동 남포마을에 오카야마무라(岡山村)라는 일본인 집성촌이 형성되었다.
적산가옥 저편에 핀 벚꽃은 오래된 적산가옥과 어우러져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길섶에는 벌써 꽃비가 내려 하얗게 쌓여 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다.
지금은 봉숫골에 '봄날의 책방'이 새로운 문화명소로 자리 잡아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이곳은 동네 책방으로 2014년에 문을 열었다. 지역민의 사랑방 구실을 하던 책방의 역할에서 통영 봉숫골로 이주를 원하는 이들의 발판이 되고 있다. 지금도 이곳에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쌓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