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크레츠머 <타게스자이퉁> 서울특파원.
구영식
4년여 동안 한국에서 기자로 활동해온 파비안 크레츠머(Fabian Kretschmer, 34) <타게스 자이퉁>(Die Tageszeitung) 서울특파원은 2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기사의 헤드라인(제목)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기자를 타깃으로 '매국자' 등으로 비판한 것은 성숙하지 못한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매국'은 국가 기밀 사항을 누설하거나 불법적으로 무기를 팔 때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경우에 쓰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블룸버그통신> 기사의 헤드라인이 논쟁을 야기할 만한 것이긴 하다"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헤드라인 내용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좋게 얘기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 총회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대변하는 걸로 보였을 수 있다"라며 "물론 저 같은 경우 이런 헤드라인을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대변인이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잘못이다"라며 "일단 그것은 기자 개인을 공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대변인이 헤드라인이 잘못됐다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고, 그럴 경우 그 이유를 잘 설명하면 된다"라며 "그런데 '매국' '검은 머리 외국인' 등의 표현을 쓴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치 쪽은 외신 기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
파비안 기자는 "지금 상황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침해하는 것도 조금 있다"라며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한 기자를 타깃으로 해서 논평을 내고 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팬들이 그 기자의 신변에 위협을 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유경 기자의 트위터 계정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상당히 모욕적이긴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한국, 특히 정치 쪽에서 외신기자들이 쓰는 기사에 지나치게 많이 신경을 쓴다"라며 "미국 매체 등 외신기자가 한국을 찬양하거나 좋게 보도하면 좋아하고, 반대로 비판하면 너무 불쾌하는 등 외신기자들에게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국적을 가진 기자가 외신 기자로 일하는 것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다"라며 "연세가 많은 한국 분들은 '한국편에 서는 거냐? 외국편에 서느냐?'는 두 가지를 자기고 기자를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출신 외신기자들이 한국을 중립적으로 다루기 어려운데 그것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극우정당에서나 그런 논평 볼 수 있을 것"
또한 파비안 기자는 "유럽 경제위기 때 한 그리스 매체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히틀러'로 묘사하는 그림을 그려서 기사를 냈다"라며 "당시 독일 국민들이 놀라긴 했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고 무시했다, 미성숙한 행위라고 받아들이고 끝냈다"라고 전했다.
그는 "만약에 (그 기사와 관련해) 비판이 있었다면 감정적 비판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남겼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당 대변인이 특정기사를 감정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독일의 경우 극우정당만 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나치 수준의 극우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에서나 그런 논평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국심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두운 역사를 가졌던 독일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다"라며 "일제 강점기 등의 역사 때문인지 한국의 좌파가 독일의 좌파에 비해 애국심, 민족주의 성향을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1978년 설립된 <타게스자이퉁>은 베를린에 본사를 둔 독일의 진보성향 언론사로 한국의 <한겨레>와 비슷하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여성이 편집국장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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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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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타깃으로 한 여당 대변인 논평,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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