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해 문제된 교학사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1.2급) 최신기본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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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의 진심 안 보이는 사후약방문
단순 실수라는 교학사의 변명을, 과연 누가 곧이곧대로 수긍할 수 있을까. 국정교과서 출간을 꿈꿨던 출판사라면, 이미 지적돼 왔던 오류나 잘못된 관행은 제거했어야 옳지 않나. 편집자의 실수라는 해명 역시 꼼꼼함이 최우선인 출판 편집과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교학사가 공언한대로 전량 회수 폐기나 노무현 재단에 대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교학사는 노무현 재단과 유족 측에 사죄하고 문제가 된 교재를 전량 회수 폐기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이로는 부족하다. 내부적으로 철저한 징계와 문책은 물론이며 응분의 법적 책임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교학사는 이전에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보수 편향 국사 교과서를 집필해서 학부모들에게 지탄받고 어느 학교에서도 채택되지 못하는 불명예를 얻은 바 있다. 교학사는 다른 곳도 아니고 국민들의 지식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습 교재를 만드는 곳이다. 잘못이 거듭된다면 회사의 근본적 신뢰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데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1일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의 논평 중 일부다. 김 부대변인은 "교학사, 사죄로는 부족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교학사 구성원들의 역사 인식과 윤리적 감수성이 근본적으로 고장나 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논란과 비판을 자처한 것이 아니고서야, 교학사와 해당 직원이 상식적으로 분간이 가능한 사진으로 고인을 모독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해당 사진의 내용과 맥락 때문이다. 해당 사진은 KBS2 드라마 <추노>에서 노비의 얼굴에 낙인을 찍는 화면에 고인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고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교학사의 이후 대응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2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교학사 측 관계자가 이날 오전 아무런 연락도 없이 노무현재단 사무실에 방문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무턱대고 와서 사과를 하겠다는 태도에 (일단) 거절하고 돌려보냈다"며 "(교학사 측에)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재단은 이날 오후 재단의 입장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교학사는 향후 한국사 교재 제작 사업을 일절 중단한다고 알렸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가 폐기되면서 교학사가 내렸어야 할 결정이 아닌가 싶다.
우편향도 우편향이지만, 제대로 된 검증도 없고, 제대로 된 자료 사진조차 싣지 못하는 교과서가 "아이들한테 좋은 교과서"일 리 만무하다. 이번 논란은 어쩌면 박근혜 정부 때 폐기돼야 했던 교학사 한국 교과서가 폐기되지 못하고 연명돼 왔기에 일어난, 예고된 사고라 할 수 있다. 교학사의 사과와 향후 조치들조차 진심 없는 사후약방문으로 보이는 이유다. 교학사는 이번엔 누구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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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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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모독한 교학사, 과연 실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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