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웅진지식하우스
글을 쓰면 뭐가 좋은데요?
저자가 글쓰기와 책 그리고 작가 되기에 대해 쓴 내용들을 읽다보면 글쓰기와 책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앤 라모트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유익을 얻게 된다고 했습니다.
글을 쓰고 읽다보면 삶에서 탐험할 거리가 많아지고, 자신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글쓰기와 읽기를 통해 한 마디로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말입니다.
"이토록 작고 평평하고 딱딱한 사각형 종이에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닌가. 그 세계들은 때로 당신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위로와 평안을 주기도 하고, 당신을 흥분시키기도 한다. 책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가르쳐 준다. 공동체나 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도 보여 준다. 책은 당신이 실제로 겪어보지 못하는 많은 경험들로 가득 차 있다."(57쪽)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알려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소소한 체험들이 글로 모여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글쓰기는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글쓰기가 그리고 작가가 되는 것이 마냥 즐겁고 신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앤 라모트는 정확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글쓰기 조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렇게 충고합니다.
지금 당장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바라겠지만, 어쩌면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책이 출판될 가능성이나 그것으로 재정적인 안정을 얻을 확률, 마음의 평화나 심지어 기쁨을 얻을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게다가 "아무리 글쓰기에 능숙해지고 책과 이야기와 기사를 많이 발표한 작가가 된다 하더라도, 글 쓰는 일이 그들이 바라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 주지 않을 거"(35쪽)라고.
글쓰기가 인생에 유익한 것은 분명하지만 작가로 사는 삶은 상상하는 것만큼 밝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사실 첫머리부터 유명한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는 조언이지만 현실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솔직한 말이라서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쓰기 비법
사실 저자가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는 이 책의 원 제목 'Bird by Bird'에 나타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앤 라모트의 오빠는 새에 관한 보고서를 써야 했는데 마감 하루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오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앤 라모트에겐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새 한 마리 한 마리 차근차근 처리하면 돼."(63쪽)
너무나도 당연한 조언이긴 합니다만 앤 라모트에게 글쓰기는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입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조차 "실제로 내가 무엇이라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로 조잡한 초고를 쓰는 것뿐이다."(67쪽)라고 말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글감으로 삼아 엉망인 것 같아보여도 일단 한 번 써 보는 것.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글쓰기 비법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사소한 글감에는 학창시절 점심 도시락, 유명 작가들에 대한 질투심,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 만났던 사람, 만남에서 했던 이야기, 반전 있는 대사, 멋진 말 등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내가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15분 만에 포기하지 말 것,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받아 적어 볼 것을 앤 라모트는 제안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글을 쓰고 읽는 이유
글을 쓰려고 할 때 위와 같은 구체적인 조언에 더해 앤 라모트와 같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에게 글 혹은 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이었습니다.
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유방암에 걸려 죽어가는 친구를 위해 책을 썼습니다.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고 나니 성취감이 따라와 또 글을 썼습니다.
"작가가 되는 일이 엄청난 만족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 어떤 일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책을 출간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 말이다. 나는 이 사실을 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서 그것이 여전히 거기 있는지 확인한다. 비록 글 쓰는 시간은 대부분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지만, 나는 마음 깊이 비밀스러운 성취감을 품고 산다."(323쪽)
글을 쓴다는 것. 쉽게, 자연스럽게 되기는 어렵지만 매력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설사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글을 쓰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기에 무엇인가를 쓴다는 건 언제나 깨어 있고 사유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하는 사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쓰기는 가치가 있습니다.
앤 라모트는 글쓰기를 통해서 인생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글쓰기를 인간에게 풍요와 생기를 줄 수 있는 성직과도 같은 일이라고까지 여깁니다. 게다가 글쓰기는 보다 깊은 읽기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눈으로 글을 읽기 시작한다는 것은 글쓰기가 주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삶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보는데 있어 새로운 '눈' 여러 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은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작가들이 예리한 산문과 적확한 진실로 우리의 머리를 흔들어 놓을 때, 나아가 우리 자신이나 인생에 대해 웃음 짓게 만들 때, 우리는 낙천성을 되찾는다. 우리는 인생의 불합리라는 불협화음에 맞춰 춤을 추는 시도를 하거나, 적어도 따라서 손뼉을 친다. 거듭거듭 짓눌리는 대신 말이다. 그것은 바다에서 무시무시한 태풍이 불어올 때 배 위에서 노래를 하는 것과도 같다. 당신이 화난 풍랑을 잠재울 수는 없지만, 노래는 배 위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바꿀 수 있다."(352쪽)
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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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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