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해 카카오톡 대화방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미리 준비한 자필 사과문을 손에 들고 낭독하고 있다.
법원기자단
실제로 불법 촬영·유포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너무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예를 들어 2015년 한 남성이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으나, 경찰과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홍아무개 전 판사(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는 판사 시절이던 2017년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는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법원이 감봉 4개월 처분을 내리자 사직서를 제출한 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남인순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7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인해 총 7446명이 재판을 받았으나 징역·금고형은 647명(8.7%)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4096명(55.0%), 집행유예가 2068명(27.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사사로운 습관? 호기심? '엄중 처벌' 인식돼야"
그렇다면 정씨 사례가 불법 촬영·유포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우선 이번 정씨의 구속을 특이 사례로 보는 시선도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불법 촬영·유포 범죄 자체가 아닌, 이 사건만을 중대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수사기관과 법원 입장에선, 여론과 언론이 이 사건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하고 이를 발부해야 할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같은 문제로 수사 받을 당시 정씨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된 점도 정씨 구속에 힘을 실었다. 당시 정씨는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겨 사설 복원업체에 맡겼다며 경찰의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그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복원을 맡긴 업체로부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제출한 당시 정씨의 변호인을 최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임민성 부장판사도 "피의자가 제출한 핵심 물적 증거의 상태 및 그 내역 등 범행 후 정황,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