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둔 3.1운동 창의탑 앞에서 2번째 백두현 고성군수와 대상, 우수상 수상자들(좌로부터)
이상옥
본심 심사를 맡은 김종회 평론가와 송찬호 시인은 "「백년의 궤적」의 영상에서 나뭇가지 너머 태극기는 그냥 바람에 펄럭이는 게 아니다. 거기에 문자를 함께 읽으면 나뭇가지 올가미 저쪽에서 자유를 향한 몸부림으로 펄럭인다. 영상과 문자가 만나 보다 완전한 디카시에 이른 좋은 사례다. 무엇보다 이 시에서는 성근 나뭇가지에서 단단한 올가미의 형상을 발견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만세운동도 결국 인간의 자유를 향한 도정이라는 전제에서, 만세운동 100주년에 이른 오늘, 여전히 우리를 억압하는 삶의 굴레가 무엇인지 저 소리 없는 깃발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봐야 할 것 같다"라고 호평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이면 <백년의 궤적>의 영상에는 올가미 같은 나뭇가지에 걸린 듯이 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는 사람의 옆 얼굴 형상으로 눈썹 콧날 입술 턱 선이 너무나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디카시의 화자는 태극기를 바라보는 영상 속의 사람으로 "올가미 엮어/우리의 길 막아도/자유 향한 우리들/열망 꺾을 수 없었지/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라고 외친다.
저 소리 없는 깃발의 아우성에 귀 기울려봐야
디카시에서 영상과 문자와의 관계는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될 수밖에 없지만, <백년의 궤적>은 디카시에 있어서 영상과 문자의 조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드러낸다.
<백년의 궤적>은 영상 속의 사람이 화자가 되어 올가미에 걸린 것 같은 태극기를 보며 말하는 형식은 이 디카시를 영상과 문자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으로 온전한 한 몸, 하나의 텍스트로 빚는다. 고성 배둔장터 독립만세 100주년 기념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으로 이 이상의 작품이 어찌 나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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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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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배둔장터에서 울려퍼진 "대한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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