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레슨 전 연습실연습실에서 작곡 숙제와 악보 그리는 연습을 한다.
김강민
그러던 와중에 전문가에게 작곡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집 근처부터 시작해서 실용 음악 학원을 찾아보고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더 잘 가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집 가까운 곳은 한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가 대부분이고, 동영상과 같은 소개 자료를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강사와 커리큘럼이 다양해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규모가 있는 학원이었고, 통근 경로에 있는 대학로의 학원을 택했다. 과정은 크게 입시반과 취미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수강생의 대부분은 음악을 전공으로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입시생들이었다. 수업을 한 달 정도 다니면서 나처럼 나이 든 수강생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수업은 주 1회의 개인 레슨이며, 3개월 등록 할인을 받으면 5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배워 볼 계획이다.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가 실행에 옮긴 만큼, 도중에 멈추어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일 없이 한 번에 제대로 배워보려고 한다.
수업은 이론 설명과 기존 음악 분석, 그리고 숙제 검사로 진행이 된다. 숙제는 작곡이다. 첫 시간 숙제로 두 마디 작곡, 그다음 네 마디, 여덟 마디로 늘여가다 보니, 한 달 만에 1절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곡의 수준, 노래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 동요가 아닌 대중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재미있기도 하면서, '이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와 '이제라도 시작한 게 어디야'라는 생각을 번갈아 한다.
그 일요일에 생각이 떠올랐을 때, 만약 다음에 한 번 알아보자고 미루었다면 과연 언제 시작할 수 있었을까? 시작은 했을까? 이제 시작했을 뿐이지만 마흔셋의 나는 싱어송라이터에 무척 많이 가까워져 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나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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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을 개발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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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유학으로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공학박사
●동경대학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대 스토리"의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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