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지질학회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포항 시민들이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권우성
포항지진은 지열발전 물 주입 때문에 발생한 유발지진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줄곧 논란이었다. 그런데 국내조사단과 독립적으로 조사 활동을 벌인 해외조사위원회는 포항지진 원인에 국한해서 유발(induced) 지진과 촉발(triggered) 지진을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유발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유체 주입의 영향으로 공극압과 응력이 변화된 암석의 공간적 범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때의 지진은 유체 주입과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한편 촉발지진은 인위적인 영향이 최초 원인이지만 그 영향으로 자극을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때의 지진은 대부분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공동위원장인 세민 계 콜로라도대학 교수는 "유발지진은 와해되는 암석의 양이나 응력 같은 변화의 규모가 자극 규모와 일치하는 것으로, 구조 변화가 사람의 활동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라면 촉발지진은 예상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지진 활동"이라면서 "지진 활동 규모가 유발된 규모를 벗어나서 발생하는 게 촉발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이강근 교수도 "유발과 촉발 지진을 구분하는 이유는 그 이전에 물을 주입한 부피나 압력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여러 발표가 있었는데, 포항지진의 경우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지진이어서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자연지진과 달리 인간 활동 영향으로 발생하는 '유발지진'을 다시 '촉발지진'과 구분했다는 점에서 이전 연구 결과와는 다른 결이다.
앞서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진한(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영희(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포항지진 진원이 지열발전소 주입정(지열정)과 가깝고, 물 주입 뒤에 지진이 발생한 점 등을 들어 규모 5.4 본진 역시 지열발전 물 주입에 따른 '유발지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지열발전소 시추 6일 만에 규모 3.4의 유발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있어도, 지열발전 때문에 포항지진과 같은 규모 5.4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한 전례가 없어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 계속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 동북부지진, 경주지진과 관련성 못 찾아"
이에 정부연구조사단은 '유발지진'과 '자연지진' 사이에 '촉발지진'이라는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다만 정부연구조사단도 '촉발지진' 역시 인간의 활동 영향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도미니코 지아디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는 "그 지역에서는 규모 5.5나 6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할 수도 있고, 단층이 임계치에 달성했는데 이를 자극해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규모 5.8 경주지진이나 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포항지진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강근 교수는 "일본 동북부 지진과 경주지진이 포항지진이 발생한 단층면에 응력 변화를 주는지 조사한 결과 포항지진 단층을 움직일 정도로 응력을 쌓지 못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해외조사위원인 윌리엄 엘스워스 스탠퍼드대 교수도 "경주와 포항지진의 연관성을 신중하게 봤지만 2개 지진은 서로 영향을 주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관계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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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이냐 촉발이냐... 포항지진 원인 분석 가른 '한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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