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적들!’ 방송 장면. 신혜식씨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특정 목적을 갖고 조직화했다며 탄핵을 원천적으로 부정했다.
임지윤
언론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공정성'이다. 초기 공정성 논의의 대표 학자인 스웨덴의 웨스터슈탈은 공정성을 '객관성의 하위 개념으로 논쟁의 사안에 관해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그 세력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균형 잡히고 중립적인 상태'라고 정의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심의기준 제4조(공정성)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주장, 공약 등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기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감정 또는 편견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는 기사 등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그 세력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 공정성 부분에서도 아예 특정 정파와 세력에 완전히 가세해 대놓고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23일 방송한 '촛불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적들!'에서 대담자로 출연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촛불시위와 집회'의 성격과 배경을 왜곡하고 폄훼했다.
"작년 촛불시위에 모인 대중은 그냥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니고 조직화 된 대중들이죠. 그 촛불시위를 조직한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선동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특정 목적을 위해서. 거기에 부화뇌동해 국민 대표들이 나와서 같이 그런 선동을 증폭시킨다는 것은 대표들이 스스로 대의제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작년 1월 23일에 출범한 '한국 자유회'에서 저희들이 박근혜 탄핵은 반드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탄핵으로 간다고 얘기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의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탄핵으로 갈 위험성이 매우 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8명입니다. 8명이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전체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볼 수 없는 것이죠."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직접민주주의이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다. 사회 규모가 커지고 다원화하면서 구성원 전원의 직접 참여가 불가능해지면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직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의민주주의를 흔든다는 말은 민주주의에 관한 기초도 모르고 펼치는 주장이다. 촛불집회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조직됐다는 주장은 당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압도적인 비판 여론도 특정 목적을 갖고 조작한 것이란 말과 같다.
신씨와 김 교수의 말은 박근혜 탄핵을 무효화하려는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에 호응해서 그들에게 자기들 주장을 합리화하는 궤변성 논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모두 잃은 주장이고 보도이다.
신혜식씨는 최근 점점 더 과격하고 선정적인 어휘나 용어를 동원해 거칠고 공격적인 뉴스를 생산한다. 배경과 공간, 편집 방식 등을 기성 방송사처럼 재현하고, 정치인과 교수 등을 인터뷰하며 그럴듯한 뉴스처럼 꾸미고 주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는가 하면, 광고까지 앞뒤로 붙어 있어 일반인에게는 형식을 갖춘 '꽤 볼만한' 뉴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가 내보내고 있는 뉴스들을 보면 사실관계가 확실치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은 찾아볼 수 없는 것들로 넘쳐난다.
'김태우가 조국을 잡았다!' (2월 20일)
'5.18 역풍! 문재인 지지율 추락!' (2월 20일)
'김경수 전격 법정 구속! 문재인은 가짜 대통령?' (1월 29일)
그가 방송을 통해 공격하는 대상은 전부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진보진영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이나 태극기 시위 세력은 한 번도 비판 대상에 오르지 않는다. 태극기집회 참석자 등 극우세력이 타도 또는 척결대상으로 지목한 인사들만 골라 공격하고 비판한다.
언론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 세력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든 문제가 있거나 잘못을 하는 경우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해야 한다. 잘잘못과 상관없이 특정 세력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반대편은 공격만 한다면 언론이 아니라 당보이거나 기관지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은 사실 위주로 보도하고 문제가 있을 때 합리적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비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그럼에도 신씨는 <신의 한 수> 방송을 통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김경수 지사의 댓글 공작 의혹' 같은 사건들을 두고 사실확인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성 편파 보도를 일삼고 있다.
신씨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우파인사들을 대거 출연시켜 그들만의 주장을 마음대로 펼치도록 장을 열어 준다. 이는 언론이나 언론인이 아니고 정당이나 정파의 기관지요 정당의 당원이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 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