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편히 늦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이유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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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부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관한 일들은 모두 엄마인 나만의 일이었다. 아이의 기저귀나 밥그릇을 사는 간단한 일조차도 남편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하루하루가 벅차고 힘겨웠는데, 남편의 일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남편은 육아에 관해서는 "모른다", "못한다"로 일관했는데 나 또한 모르는 일 투성이였고, 해본 적 없는 일 투성이였기 때문에 남편을 입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를 안는 것을 두려워하던 남편 대신 내가 항상 안고 다녔고, 아이를 재우지 못하겠다는 남편 대신 항상 내가 재웠다. 이유식도 모두 내가 만들었고, 놀이 방법도 찾아보고 함께 놀아줬다. 육아에 대해 '안 해도 그만'이라고 일축하는 남편 옆에서 나는 꼭 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외벌이를 시작하고 2~3달이 지나니, 남편이 가사와 육아의 60~70%를 고스란히 가져갔다. 주부로서, 엄연한 주양육자로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의 삶을 바라봐 주는 것 같았고, 우리 가정 안으로 들어온 듯했다. 가사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남편에게 일상이 되었고,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듯하다.
주말 아침 편히 늦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이유가 바뀌었다. 이제는 아침을 먹자고 아이가 깨우는 바람에, 또는 남편이 청소나 설거지를 하는 소리에 일어난다. "아침 먹자"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입에 군침을 흘릴 때도 있다. 남편이 해주는 아침식사는 별것 없지만 고급 레스토랑의 브런치와 같은 느낌이다.
남편이 아침식사를 항상 챙겨주지는 않는다. 다행히 아이가 초코볼 시리얼을 아주 좋아하여 1주일에 서너 번은 초코볼 시리얼 먹는다. 어느 날 아침, 아이는 어김없이 초코볼을 한두 개 떨어뜨렸다. 나는 그것을 줍기 위해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는데, 나의 시선보다도 빠르게 남편이 치우고 있었다. 남편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신속하게 줍고 닦고 치운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아이에게 '흘리지 말고 먹자~'라고 말하며 다정하게 훈육하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남편이 퇴사를 하고 많은 게 변했다. 남편은 가사나 육아처럼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함께 아이를 키우기 위해, 남편과 아빠가 되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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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창업, 공부, 육아, 가사노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M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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