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상인 서울대 로스쿨생은, "서울대 로스쿨이건 어디건 전국의 모든 로스쿨생들은 진정한 의미의 로스쿨생이 아닌 변시 수험생, 고시생에 가깝다"고 말한다.
박은선
- 본인의 희망처럼 변시가 자격시험화 되어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된다면, 로스쿨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고 싶나?
"나는 변시 부담이 지금처럼 과도하지 않다면 무엇보다 몇몇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수업을 열심히 수강하고 싶다. 판례를 바꾸려면 기존 판례의 핵심 문구를 암기하는 것을 넘어 판례들을 깊이 있게 비판적으로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수업을 듣고 싶다.
또 선택법(전문법)도 여러 과목 들어보면서 내가 어느 분야의 법조인이 될까 찾아보고, 방학 때 부담없이 실무수습도 많이 받고 싶다. 특히 나는 내 학부 전공 과목과 관련한 다양한 선택수업을 많이 들어보고 싶었는데 (변시에 집중하느라) 그걸 제대로 할 수 없다. 지금 우리 로스쿨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로스쿨의 학생들은 대부분 변시 적합적인 수업만을 선택하고 또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아까운 시간 동안, 훌륭한 교수님들과 함께 하면서도 각자가 원하고 또 이후 실무에서 정말 소중히 쓰일 수업들을 맘껏 들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절대평가나 자격시험화가 되면 '양질의 변호사'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절대평가가 '아무나 다 변호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변호사의 최소한의 기준, 적정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이라는 수준을 설정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문제는 지금 아무런 기준이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그저 매해 1600명 이하의 변호사만 배출되도록 신규변호사의 수, 변시 합격자의 수가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등 다른 전문대학원의 관련 자격증 시험은 모두 절대평가이고 자격시험이지만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변호사시험 역시 그렇게 운영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 합격률을 높이면 당장 합격은 쉬워져도 필드에서 취업, 수임 등의 불이익이 있지 않겠나, 또 그것이 합격률 상승을 반대하는 논거 중 하나이기도 한데?
"조심스럽긴 하다. 나도 나가면(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 수를 줄이자, 변시 합격률을 더 낮추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또 그런 주장을 하는 현직 변호사들의 입장도 이해된다. 하지만 이후 변호사가 되어도 지금의 내 마음이 변치 않도록 노력하고 싶고, 특히 지금 나와 전국의 로스쿨생들은 변시 합격 이후를 생각하여 기득권 법조인들의 편에 설 것이 아니라 학생답게 '교육'을 보다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직 변호사들 중에도 변호사의 수를 지금처럼 통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또 로스쿨 교육의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로스쿨의 교육에 문제의식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신규변호사의 배출에 대한 학생들의 주장이 로스쿨생의 또다른 기득권 구축이란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와 같이, 변시 합격률 증가 요구가 로스쿨생들만을 위한 이기적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방송대학교 로스쿨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다양한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여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자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대 법학과에서 추진 중으로 알고 있는데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변시 합격률 하에서는 방송대 로스쿨생들도 기존 로스쿨생들과 똑같이 진정한 로스쿨 교육을 받을 수 없고 변형된 고시생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시 자격화시험화 내지 합격률 조정이 같이 이뤄져야만 방송대 로스쿨도 기존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직장인 등을 위한 법조인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교육'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현재의 로스쿨 체제를 유지하면서 방통로만 도입하는 것은 방통로 출신의 변시낭인만 더욱 추가하는 실패가 에견된 제도가 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지난 2.18 총궐기대회나 로스쿨 교육에 관하여 하고 싶은 말은?
"지난달 총궐기대회에 참여했을 때, 재학생들뿐 아니라 법조인이 된 선배들, 교수들도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힘이 났다. 다만 재학생들이 조금 더 활발히 참여해야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더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로스쿨생들이, 주위 시선 때문에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와 관련한 활동에 대한) 참여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법학협이 재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반 시민분들께서,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광장에 나왔던 것은 '공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로스쿨다운 교육을 받고 싶어서'였음을 알아주시기를, 그리고 그것이 '일반시민들이 접할 법률서비스'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좀 더 관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하고 바란다.
무엇보다 부디 법무부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많은 것을 느꼈기를, 오는 4월을 시작으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여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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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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