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주 할머니, 일본 사죄받을 때까지 꼭 살아 계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 95회 생일잔치... 남은 생존자는 22명

등록 2019.03.13 20:26수정 2019.03.13 20:26
1
원고료로 응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가수 배진아씨가 노래 "꽃밭에서"를 부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가수 배진아씨가 노래 "꽃밭에서"를 부르고 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윤성효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응…."


생일을 맞은 김양주(96) 할머니가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의 축하 인사에 대답했다. 김 할머니는 연로한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생일 축하 말을 듣고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양주 할머니의 생일잔치는 3월 13일 늦은 오후 입원해 있는 창원 소재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열렸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시민모임(회장 이경희)이 안남중학교·무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김양주 할머니는 1924년 2월 7일(음력)에 태어나 취업사기로 일제에 끌려가 중국 대련 등지에서 위안소 생활을 했다. 김 할머니는 200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기자회견 때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병원 생활은 3년째. 간병인과 양아들인 홍종수(73)씨가 돌보고 있다. 아들은 "옛날에 이웃에 살았다. 제가 10대 후반 때 아들이 되었다"며 "어머니는 참 좋은 분이다. 처음에는 몰랐고 나중에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어머니는 간혹 일본놈한테 당했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면서 많이 괴로워하셨고, 고생하신 이야기를 하셨다"며 "어머니는 일본한테 사죄를 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생일잔치는 병실 앞 복도에서 열렸다. 벽면에 "할머니 사랑합니다"고 쓴 펼침막을 붙여 놓고, 떡과 케이크도 준비해 놓았다.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복도에 나오자 학생들과 이웃 병실의 환자·보호자들도 나와 축하의 박수를 쳤다.


진재영(95) 어르신은 "소식을 듣고 왔다.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오셨을 것인데, 앞으로 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많이 와서 축하를 해주시니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방되고 나서 통일이 되지 못하고 남북이 갈라졌다. 오늘날 우리가 힘든 것도 그것 때문일지 모른다"며 "친일파 척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가 노력해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3월 13일 오후 병실에서 양아들인 홍종수(73)씨와 함께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3월 13일 오후 병실에서 양아들인 홍종수(73)씨와 함께 있다.윤성효
 
박성준 병원장도 나와 축하했다. 이경희 대표는 "특별히 병원에서 할머니께 1인실을 내어주셨는데 고맙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우리 병원으로서는 할머니를 모시게 되어 주치의로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중증질환에다 고령이신데 잘 버티고 계신다.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할머니께서 큰 병 없이 지내시고,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준비해온 꽃다발과 선물을 할머니께 드리면서 손을 잡거나 안아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할머니께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잊지 않을게요", "행복하세요", "일본 사죄받을 때까지 꼭 살아 계세요"라는 말을 귀에 대고 했다.

지역 가수 배진아씨가 "꽃밭에서", 노래패 '청안'이 "고향의 봄"을 불렀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이 화분을 들고 찾아왔으며, 김경영 경남도의원과 마창진시민모임 회원 송정현씨 등이 함께 했다. 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꽃다발을 보내왔다. 이경희 대표는 "할머니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에 참가자들은 "할머니 사랑합니다"며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2명이고 창원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4명이 살고 계신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한 여학생이 할머니를 안아주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한 여학생이 할머니를 안아주고 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한 여학생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한 여학생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이 화분을 선물하며 손을 잡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이 화분을 선물하며 손을 잡고 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케이크를 자른 뒤 얼굴에 묻혀 놓았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케이크를 자른 뒤 얼굴에 묻혀 놓았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고,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윤성효
#일본군위안부 #김양주 #일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