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월 13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를 열었다.
윤성효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응…."
생일을 맞은 김양주(96) 할머니가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의 축하 인사에 대답했다. 김 할머니는 연로한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생일 축하 말을 듣고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양주 할머니의 생일잔치는 3월 13일 늦은 오후 입원해 있는 창원 소재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열렸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시민모임(회장 이경희)이 안남중학교·무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김양주 할머니는 1924년 2월 7일(음력)에 태어나 취업사기로 일제에 끌려가 중국 대련 등지에서 위안소 생활을 했다. 김 할머니는 200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기자회견 때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병원 생활은 3년째. 간병인과 양아들인 홍종수(73)씨가 돌보고 있다. 아들은 "옛날에 이웃에 살았다. 제가 10대 후반 때 아들이 되었다"며 "어머니는 참 좋은 분이다. 처음에는 몰랐고 나중에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어머니는 간혹 일본놈한테 당했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면서 많이 괴로워하셨고, 고생하신 이야기를 하셨다"며 "어머니는 일본한테 사죄를 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생일잔치는 병실 앞 복도에서 열렸다. 벽면에 "할머니 사랑합니다"고 쓴 펼침막을 붙여 놓고, 떡과 케이크도 준비해 놓았다.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복도에 나오자 학생들과 이웃 병실의 환자·보호자들도 나와 축하의 박수를 쳤다.
진재영(95) 어르신은 "소식을 듣고 왔다.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오셨을 것인데, 앞으로 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많이 와서 축하를 해주시니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방되고 나서 통일이 되지 못하고 남북이 갈라졌다. 오늘날 우리가 힘든 것도 그것 때문일지 모른다"며 "친일파 척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가 노력해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