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9일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년 연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을 기점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산안법이 개정되었다.
원청의 책임과 관련된 이번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및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서 원청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로 확대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금지(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시․간헐적으로 작업을 하는 등의 경우에만 도급 가능, 노동부 승인),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의 공표(원청의 사업장-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 포함) 등 원청의 책임 범위가 다소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산안법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중에서도 특별히 위험한 22개 산업재해 발생 위험 장소에 대해서만 원청에게 직접적인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컨베이어벨트 작업'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운전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사고의 경우 사망 당시 산안법상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때문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전면 개정까지 이루어진 개정 산안법의 경우에,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가 현행 22개 위험 장소보다 훨씬 폭넓게 새로 규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안법 개정을 통해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였다는 것은 그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도급인의 사업장, 원청의 사업장이란 무엇인가
따라서 산안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노동현장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위 법령 개정 시 다음 사항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의 추진 방안과 같이 '원청(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해 22개 위험 장소를 준용하는 방식 외에 △동력 기계․기구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장소, △고객으로 인해 건강장해 발생 위험 장소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위험이 있는 하청 현장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산업재해발생 건수 공표의 대상은 도급인이 사용하는 상시 노동자 수가 500인 이상인 제조업, 철도운송업, 도시철도운송업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미 위험의 외주화는 전 사회로 확대돼 있다. 따라서 원청 노동자 보다 하청 노동자의 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 어디나 산재 발생 건수를 원하청 합쳐 공표하게 하고, 최소한 △발전업(D.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내 세분류),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E. 수도, 하수 및 폐기물처리, 원료재생업 내 중분류) 등 재해율이 높은 사업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개정법은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도급하려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예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작업의 내용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대상 작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의 범위가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기존의 산안법이라도 각각의 사안에 대하여 법률의 입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적용을 했다면 잇따른 하청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는데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정법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하여 개정하였다면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규정) 등 하위법령 개정 시 법 개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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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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