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님, 당신을 기억합니다

1948년 입국해 선교활동... 전쟁 중 끝까지 묵호성당 지키려다 숨져

등록 2019.03.13 15:31수정 2019.03.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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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파트리치오 신부 사진
라 파트리치오신부 사진조연섭
 
한국전쟁 피해자 중 종교지도자의 한 사람이며 70년 한국전쟁을 통해 기억해야 할 순교자,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삶을 돌아본다.

라 신부는 1915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아일랜드 땅 중간쯤에 자리 잡은 웨스트미스 주 드럼러니인데, 바다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라 신부는 1934년 달간 파크 신학교에 입학을 하고, 1940년 12월에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에서 서품을 받았다. 기록에 따르면, 동기들은 그를 평소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지닌 분이었다고 회고한다.

라 신부는 1941~1946년 영국에서 선교활동 후, 1947년 중국 상해로 건너가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1948년(33세)에 한국에 도착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선교사들이 동물 싣는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라 신부 역시 동물 싣는 화물선을 타고, 배 멀미를 하는 동물들과 함께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왔다.
  
 라 신부와 같은 고향의 옥 베르나르드 신부가 1974년 만우골 골방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
라 신부와 같은 고향의 옥 베르나르드 신부가 1974년 만우골 골방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조연섭
   
1949년 3월, 그가 제2대 주임신부로 부임했을 당시 묵호는 인구 1만 5천 명의 작은 어촌이었고, 성당 신자 수는 시내 30명, 시골(만우골, 남양골, 쇄운리) 50명 이상이었다.

라 신부가 묵호성당에서 사목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이 남침한다. 6월 27일엔 북한 공산군 육전대 병사 1800여 명이 동해안의 옥계, 정동진, 금진지역에 기습적으로 상륙했다.
  
순교비 묵호성당
순교비묵호성당조연섭
 
그때 신부는 삼척 성내성당의 진 야고보 신부를 찾아가 뜻을 같이하기로 한다. 라 신부는 "가톨릭 신앙으로 최후까지 성당을 지키자"라며 죽을 각오를 하고 묵호성당으로 돌아왔다. 배를 마련한 신자들은 부산 피난을 간곡히 권유했지만, 신부는 "양들을 버리고 목자가 혼자 도망갈 수 없다"라며 거절했다.
 
순교터 순교비
순교터순교비조연섭
  
6월 29일 공산군이 묵호성당 코밑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만우리 골짜기에 살던 남봉길 프란치스코 회장은 어렵게 신부를 설득시켰고, 라 신부는 그를 따라 만우골 골방생활을 시작했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7월 29일경 라 신부는 공산당원에게 붙잡힌다. 공산당원들은 소고삐로 신부를 결박해 살구나무 옆에 무릎 꿇렸다. 이후 라 신부는 묵호지서로 끌려간다.  
장례 미사
장례미사조연섭
   
그렇게 고난을 겪던 라 신부는 같은 해 8월 29일 다른 포로 둘과 함께 밤재굴 남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골짜기에서 총살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라 신부의 시신은 1950년 11월경 수습됐다. 묵호경비사령부 백기조 중령과 이경재 군종신부는 김종렬군의 안내로 그의 유해를 찾은 뒤 묵호경비사령부 앞 가묘에 안장했다. 1951년 봄 골롬반회 브라이언 게라티 신부는 라 신부의 이장을 추진했고, 라 신부는 묵호성당 신축 예정지에 안장됐다 1951년 10월 춘천 죽림동성당 성직자 묘역으로 옮겨진다.
  
성직자 묘역 춘천 죽림동 성당
성직자 묘역춘천 죽림동 성당조연섭
 
권석순 강원대학교 외래교수는 묵호성당 순교자 현양위원장으로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생애를 기록하고 있다. 권 교수는 "라 신부의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순교자현양대회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전기 표지.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전기 표지.조연섭
#순교자 #라 파트리치오 신부 #묵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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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종합방송프로덕션 대표, 동해케이블TV 아나운서, 2017~18년 GTI 국제무역 투자박람회 공연 총감독,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송정막걸리축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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