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민주당 향해 "앉아달라"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앉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남소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색깔론을 터트렸다.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는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종북 프레임'으로 엮는 듯한 발언이다.
또 "미세먼지, 탈원전, (4대강) 보 철거, 문재인 정부가 좌파 포로정권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라고도 했고, "강성 노조에 질질 끌려다니는 이 정부는 노동개혁을 시작도 못했습니다"라고도 했다.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바로 문재인 정부가 강성 귀족노조, 좌파단체 등 정권 창출 공신 세력이 내미는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했다. 촛불혁명의 목소리를 '촛불 청구서'로, 그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을 '심부름센터의 일'로 매도했다. 촛불혁명마저 좌파와 연결하는 색깔론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투사와 친일파를 비교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있었다. "종북을 종북이라고 말하면 친일입니까?"라는 말도 했고,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은 친일파입니까?"라는 말도 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일본을 탓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한국을 탓했다는 점이다. "반미·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색깔론을 만들어내 정적을 몰아붙이는 일은 형태상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시대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보다 심각했던 적은 없을 것이다.
아카, 그리고 '비국민'
1945년 이전의 조선총독부와 그 이후의 보수파도 색깔론에 광분했다. 보수정권인 총독부는 정적은 물론 중간세력까지 위협할 목적으로 아카(あか) 즉 빨갱이 콤플렉스를 활용했다. 일본이 중국대륙 침략에 한창 광분하던 1935년경부터, 총독부는 일본 정부와의 제휴 하에 독립운동가들을 아카로 몰고 이들을 비(非)국민으로 매도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총독부는 아카에 대한 사회적 적대를 조장하면서 권력을 강화해나갔다. 강성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위원의 '아카와 빨갱이의 탄생-적 만들기와 비국민의 계보학'은 이렇게 말한다.
"1935년 전후의 '아카'라는 적 만들기는 사회적 적대를 특정한 방향으로 조직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그 목표는 사상검찰에 대한 견제를 뿌리치고 권력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한국사회사학회가 2013년 발행한 <사회와 역사> 제100권.
아카라는 도구는 특히 사상검사한테들한테 유용했다. 그런 논리를 앞세워 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내몰고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그런 방법으로 땅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자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