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활짝 피었다. 약사사 일원과 중머리재에서 당산나무 쪽으로 하산하는 산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임영열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옷에 맨 허리끈 저절로 느슨해지는 것은/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이 아니라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동방규(東方虯)가 지은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화친을 위해 억지로 오랑캐 흉노족에게 시집간 '왕소군(王昭君)'의 원망과 향수가 담겨 있는 시다.
양귀비, 초선, 서시와 함께 중국 고대 역사를 대변할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중국의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 '왕소군(王昭君)'의 슬픈 사연이 담겨 있는 시의 한 구절인 '춘래불사춘'은 봄이 오면 뭇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 중의 하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라는 의미다. 분명 봄이지만,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좋은 시절이 왔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질 때 은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고사성어다.
요즘이 딱 그렇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고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어도, 정국은 꽁꽁 얼어 있고 서민들의 봄은 아직 멀리 있다. 3월 들어 연일 발령되는 초미세먼지 경보 또한 봄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래 저래 시끄러운 정국의 시계는 한참이나 뒤로 돌아가 있어도, 자연의 시계는 어김이 없다. 무등산에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피었는 소식을 들은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으로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 미세먼지 상태가 보통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떴다. 미뤄뒀던 산행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