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권우성
내 아버지가 세계 5위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자산만 5조 원에 달하는 H시스템을 공포에 질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리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아버지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사람을 죽였을 때나 받는다는 중한 형량이었다. 너무도 억울했다. 내 아버지는 현대차에서 아들보다 어린 대리가 현장에 나온다고만 해도 초긴장 상태가 됐고, H시스템에서 과장이라도 나오면 무슨 지적을 받을까 마음을 졸이며 회사 직원들과 늘어서서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맞으러 나갔다. 계속되는 단가 후려치기에 조금만 사정을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조차 수 없이 망설이고 두려워했던 아버지였다.
적어도 법은 공평해야 한다. 하청인 내 아버지의 이별 선언이 공갈죄라면, 하청업체를, 거기에 달린 많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납품단가를 후려친 원청에게도 같은 처벌이 내려져야 했다.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 해 이익을 얻는다는 공갈죄가, 매일 불호령을 내리던 원청을 피해자로, 그런 원청의 불호령에 마음을 졸이던 내 아버지를 가해자로 부르는 이 불공평의 이유를 법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뛰어다니면서, 이 상황이 어쩌다 일어난 해프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H시스템의 이런 '구조조정'은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에 만연한 방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가격을 후려쳐 버티지 못하는 하청은 버리고, 아버지와 같이 마지막에 내몰려 저항하는 하청은 공갈죄로 처벌한다.
자동차 산업의 하청업체 사장들의 잇딴 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