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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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월 27~28일 양 일간 열렸지만, 합의문 서명도 하지 않은 채 종료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보고자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볼턴 오면서 북미회담 망가졌다? 동의할 수 없는 견해"
- 지난 2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정상회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출발했다가 3월 4일 평양에 도착했어요. 10일 여정이었는데 총평 부탁드려요.
"김정은 위원장이 기차로 중국을 종단했죠. 시작부터 관심을 많이 모았던 회담인데 의외로 합의문을 못 만들고 결렬이 되면서, 약간 허탈하게 끝난 회담이었다고 봐야겠죠."
- 국내 전문가들은 '스몰딜'이나 '미디엄딜' 정도를 예측했죠. 실제 2월 28일 오전만 해도 연락사무소 이야기까지 나왔고요. 그러나 결과는 '노딜'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와요. 결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룬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기자님 보기엔 어떤가요?
"결렬이라고 봐야 되겠죠. 물론 두 정상이 웃는 얼굴로 헤어졌기 때문에 차후에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봐야겠지만, 북미 정상이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렵게 만났는데, 합의문도 못 만들고 끝났다는 점에서 결렬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70년 만에 두 번 만난 거잖아요. 한두 번 만나서 풀리는 게 어렵지 않나요?
"당연히 맞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만난 거잖아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1차 때보다는 보다 구체적 합의가 있었어야 하는 회담이었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더라도 합의문을 만든 것과 합의문을 아예 못 만든 건 다르거든요. 알맹이가 별로 없더라도 형식적인 합의문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조차 못 만들고 헤어졌다는 것은 어찌 됐든 중요한 난관을 만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분위기가 오전까지 좋았는데 갑자기 변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것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추정이 가미될 수밖에 없겠죠. 결과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밝혔고, 북한도 리용호 외무상와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양측이 협상으로 주고받을 것에 대한 합의를 못 했기 때문인 거죠.
북한은 영변 핵 폐기를 대가로 해서 사실상의 모든 중요 제재를 다 풀어달라는 말을 했고, 미국은 영변 핵 폐기만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를 풀어주기 어렵다는 부분이 끝내 해결되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게 전날까지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가 확대 정상회담에 볼턴이 들어가서 망가진 것으로 보는 건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합의문 초안은 나왔는데 정상이 서명 안 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실무회담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 아닐까요?
"이번 회담에서 스몰딜, 미디엄딜, 빅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낮은 수준에서의 합의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 측의 기자회견에 기반해서 보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2016~2017년에 있었던 5건의 유엔 제재 중 민생 관련 부분이 사실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제재의 거의 모든 부분을 풀어달라 했다는 거죠.
북한이 이런 주장을 하는 순간, 스몰딜이 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해주면 영변 이후의 비핵화가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당신들도 영변 외 지역까지 전체적으로 비핵화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내달라고 나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사전에 스몰딜 차원의 낮은 수준의 합의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정상회담장에서 영변을 대가로 거의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주장과 이에 맞서는 미국의 빅딜안이 맞부딪치면서 소위 스몰딜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국면이 된 거죠."
-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엎은 적이 있잖아요. 이번 노딜 보며 그게 떠오르더라고요.
"작년과 올해 상황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협상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트럼프가 판을 엎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양 정상까지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할 만큼 했는데도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 현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합의를 찾지 못하고 결렬됐단 말이에요. 그래서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물론 두 정상이 다시는 보지 말자 헤어진 게 아니라 웃으면서 헤어져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해서 양국의 정상이 1박 2일 동안 이야기를 하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합의문을 못 쓴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트럼프, 당분간 '미국의 입'으로 볼턴 용인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