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다라니다원법정 스님은 길상사에 대중을 위한 도서관을 세웠다. 그 도서관이 ‘길상도서관’이다. 길상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 ‘다라니다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백창민
길상사에는 도서관이 있는데, 흔치 않은 사찰 도서관 중 하나다. 사찰과 도서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불교와 함께 한 우리 역사가 길다 보니, 사찰은 책이 전해진 또 다른 공간이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를 일반 대중이 공부하고 수련하는 절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길상도서관'을 세우고 개방했다.
도서관에 있는 장서도 무려 3만 권. 작은 규모 공공도서관에 육박하는 장서량을 자랑한다. 불교 서적뿐 아니라 일반 단행본도 함께 갖추고 있다. 도서관에는 입적 후 낙양의 지가를 흔든 법정 스님의 절판된 책이 전시되어 있다. 도서관은 책을 '사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무소유'를 갈파한 법정 스님 책이 도서관이라는 공유 공간에 있는 건 퍽 어울린다. 백석과 자야, 법정 스님 모두 책을 사랑하고 뛰어난 글솜씨를 자랑했다. 이들의 사연이 깃든 길상사에 도서관이 있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인연'일지 모르겠다.
길상사는 2016년 12월 27일 도서관을 리모델링해서 북카페 '다라니다원'을 만든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고 365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라니다원이 문을 열면서 길상도서관은 쉼터와 카페, 도서관 기능을 가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혹자는 사서 없는 다라니다원을 도서관이 아니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곳은 사랑이 시가 되고, 그리움이 전설이 되고, 한 권의 책이 기적을 만든 공간 아닌가.
자야 김영한은 대원각을 시주하면서 수많은 여인이 웃음을 팔기 위해 옷을 갈아입던 팔각정이 종소리 울려 퍼지는 공간으로 바뀌기를 바랐다. 그녀의 소망처럼 대원각 여인이 옷을 갈아입던 팔각정은 종루(범종각)로 바뀌고, 향응과 야합의 무대였던 수많은 별채는 기도처로 바뀌었다.
길상사 다라니다원 근처 자야의 유골이 뿌려진 곳에는 길상화(吉祥華) 공덕비가 서 있다. '길상화'는 요정 대원각이 길상사로 문을 연 그 날, 자야 김영한이 법정 스님으로부터 염주와 함께 받은 법명. 길상화 공덕비 앞에는 그녀의 사연과 함께,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가 새겨져 있다.
그 많은 재산을 시주한 게 아깝지 않냐는 세인의 물음에 길상화가 이런 말을 남겼다 했던가.
"천억이 백석의 시 한 줄보다 못하다."
[길상사 다라니다원]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성북2동) 길상사 내 지장전 1층
- 이용시간 : 10:00 - 16:30
- 휴관일 : 없음
- 이용자격 : 이용 자격 제한 없음. 무료.
- 홈페이지 :
http://kilsangsa.info/
- 전화 : 02-3672-5945
- 운영기관 : 대한불교조계종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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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해서 책사냥꾼으로 지내다가, 종이책 출판사부터 전자책 회사까지 책동네를 기웃거리며 살았습니다. 책방과 도서관 여행을 좋아합니다.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에 이어 <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을 쓰고 있습니다. bookhunter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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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올 때 마당에 뿌려 달라" 백석의 나타샤가 잠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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