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자 석방 포스터일본에서 제작된 3.1 민주구국선언 인사들의 석방 요구 포스터. 위에서부터 차례로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윤보선, 이우정, 안병무, 김지하, 이태영, 정일형, 서남동, 함세웅, 문동환, 이문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문동환 목사님 또한 마찬가지셨습니다. 전태일 분신사건, 삼선개헌, 유신헌법 등 한국 현대사의 심각한 모순을 바로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3.1민주구국선언'에 참여하여 긴급조치로 구속(1976)되고 YH사건(1979)으로 또다시 구속됐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는 망명길에 오르기도 하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합니다.
한 편에서는 신학자로서 목회자로서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으셨죠. 민중신학, 민중교회의 길을 열었고 90이 다된 나이에는 '예수와 바울'을 둘러싼 새로운 신학적 논쟁에 불을 지피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정반대되는 현실은 여전
이런 지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 목사님 보시기에 탐탁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항상 역사를 살고자 애를 쓰셨고 당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분투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 같은 후배들이 당신을 향한 기념사업에 애쓰기보다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우리가 짊어진 문제에 맞서 분투하기를 바라실 겁니다.
목사님의 영면 소식을 들은 후 결국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제 기독교인들의 독립운동사와 민주화운동사는 실질적으로 멸실의 단계로 들어섭니다. 자본이 횡포를 부리는 사회, 여전히 켜켜이 쌓여있는 적폐 등 문 목사님이 싸우고자 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정반대되는 현실을 봅니다. 저는 권선징악을 믿고 천국을 믿고 부활을 믿습니다. 그리고 참된 믿음의 길이란 무수한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이 갔던 그 길을 따르는 것이라 믿습니다.
문 목사님 가시는 길에 감히 다짐해 봅니다.
'제가 꼭 뒤를 이어 살겠다고,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그게 예수의 길임을 믿는다고.'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가슴에는 이상을 품고, 정의를 꿈꾸며 역사의 진보를 향해 함께, 그렇게 함께 내달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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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환 목사님이 마지막까지 남긴 말,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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