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량(?)까지 다 털어낸 저녁식사 식사 마지막에 청년들은 자신들도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자기가 받은 것 이상으로 다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박기철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 '여행'
나는 참 비루한 20대를 보냈다. 수 년 전 회사에서 진행했던 상담 프로그램에서 나는 내 20대의 절반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 대기에도 벅찼던 20대는 그만큼 큰 결핍의 시기였다.
그 결핍들 중에서도 특히나 여행이나 휴가는 너무나 먼 얘기였다. 학생 때는 물론이고 취업을 한 이후에도 그랬다.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 대화 주제가 여행이 되면 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길 기다렸다. 학자금 대출과 여러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던 나에게 많으면 한 번에 수 백만원을 쓰는 여행이란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2011년 캐나다의 레퍼 드레이크(Drake)의 <The Motto>라는 곡 덕분에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했다. '한 번 사는 삶이니 행복하게 살자(You Only Live Once)'는 의미라고 한다. 욜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여행일 것이다.
인터넷과 서점, 그리고 방송에는 다양한 여행기가 수도 없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모든 것을 던지고 몇 개월 혹은 몇 년씩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끈다. 그들의 결심과 용기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나라에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나도 일년 동안 휴가를 모으고 모아서 딱 한 번 여행을 갔다.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길게 붙여 쓸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많이 있다.
진정한 욜로는 내 삶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삶도 소중하다는 걸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나의 행복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지난 겨울, 또 한 명의 청춘이 행복한 삶을 즐겨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 역시 다른 이들처럼 한번쯤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멋진 여행을 꿈꾸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