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반대 집회'를 벌이는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지회
-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세 번째는 조선산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미래가치를 향상시킬 생각을 가지느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과 잠수함건조 등과 관련해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무려 37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으며 통산 수주척수, 인도척수, 수주잔량에 있어서도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주 176척, 인도 136척, 수주잔량 40척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 6척, LNG운반선 3척 등 총 9척 약 11억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 83억 7000만 달러의 약 13%를 달성했다. 1년에 최소 10조 이상씩의 물량을 처리해야 기본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자체 가동율도 85%에 불과하다. 특히 군산조선소의 경우는 거의 비워진 상태이다. 그렇기에 본사를 먼저 채울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업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데.
"우리가 간과하면 안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산업은행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부실기업이라는 오명을 쓴 대우조선을 만든 대부분의 책임은 산업은행이 져야 한다. 회사에 기업관리단이라고 해서 산업은행에서 직원들이 파견되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대우조선의 분석회계가 발생하였을 때 산업은행은 분명히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묵시하고 방조했다. 아니 그냥 덮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조 7000억 원 규모로 진행되었고 지난 2015년 대우조선이 3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불거졌다. 대우조선은 실제 그해 2분기 3조318억 원 적자 실적을 공시했고, 정치권에선 대우조선이 의도적으로 부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국내 경제 사령탑들은 비공개 경제정책회의인 '서별관회의'에서 4조 2000억 원의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방안을 결정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인지하고도 혈세를 쏟아 부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017년 4월 이들 모두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도 산업은행에서 임명하였었다. 산업은행 회장이 서별관회의에 참석하여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논의했음에도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앞, 뒤가 모순이 된다. 산업은행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있다."
- 이번 매각이 현대재벌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도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1조 5000억 원을 출자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1조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대우조선을 품으면서 최대 2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그러나 당장 투자하는 것은 전혀 없고 그만큼의 지분을 산업은행에게 향후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 인수에 제시했던 금액 6조 3000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1월 31일,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3조 9666억원이다. 대우조선이 잇따른 매각불발로 경쟁력이 악화됐지만 '싼 값에 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의 매각방식도 문제투성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대가로 약 1조 25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400여원의 보통주를 배정받기로 했다. 우선주는 발행 후 4년 6개월부터 5년까지 6개월간 상환청구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이 매각가를 현금으로 상환하는 시점이 5년이나 남았고 대우조선 경영개선에 실패할 경우 보통주 매각을 기대하기 어려워 산업은행의 불안함은 여전하다. 11년 전 한화컨소시엄이 제시한 분할납부 계약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버거운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
-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이 무리하게 합병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첫째는 대우조선 해양의 미인도 6척 드릴쉽 2조 7000억 원의 현금이다. 언론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결정적 배경은 소난골 드릴쉽 미인도 문제가 해결된 점을 들고 있다. 이는 두산그룹이 과거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외환위기의 특수한 상황에서 매물로 등장했는데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매출채권은 매출액의 절반가량 쌓여 있었다.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한지 1년여만에 매출채권을 회수해 인수대금의 대부분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2조 7000억 원의 현금을 사실상 확보하게 됨과 동시에 버거운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두번째, 인수작업을 진행하면서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영업 조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LNG 등 수주전에서 대우조선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손쉽게 제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카타르에서 60척 발주가 나오고 있고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의 수주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10여 척의 야말 LNG선 수주계약도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직 안개 속으로 흐려져 버린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