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늘샘
(리우데자네이루 중심가. 국립도서관 앞 아라고스 광장. 지하철 통풍구 위에 널어둔 홈리스들의 옷가지)
안녕 브라질, 안녕 아메리카
다시 배낭을 메고 파벨라 언덕을 내려가, 세 번의 시내버스를 타고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1월 25일 새벽, 8개월 동안의 아메리카 여행을 마치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거리는 아프리카가 더 가깝지만, 식민지 침략국이자 유럽의 관문인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했다.
249일 동안의 아메리카 여행길을 되돌아본다. 33일 동안 미국, 21일 동안 쿠바, 15일 동안 멕시코, 13일 동안 과테말라, 15일 동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15일 동안 콜롬비아, 10일 동안 에콰도르, 45일 동안 페루, 15일 동안 볼리비아, 32일 동안 칠레, 22일 동안 아르헨티나, 13일 동안 브라질.
북미, 중미, 남미의 모든 나라를 여행한 건 아니지만, 되도록 육로를 통해서, 열여섯 나라, 기나긴 길을 지나왔다. 식민지 지배로 인해 신대륙이라 이름붙은 거대한 대륙을, 한 바퀴,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날까지, 숙소의 브라질 룸메이트에게 휴대폰을 도둑맞을 뻔했고, 중미를 지나 남미에 들어서자마자 대상포진에 걸린 채 모든 물건과 기록을 강도 당하기도 했지만, 다시 건강하게 살아서, 이곳까지 왔다.
온갖 장소에서 수많은 고마운 인연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 덕분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자주 잊어버리고 살지만,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 속 뜨겁게 감사하다.
아프리카로 바로 가는 비행편이 비싸서, 계획에 없던 유럽을 거치게 됐다. 유럽, 아프리카, 아라비아, 그리고 다시 아시아.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하고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때까지 꼭 살아서, 그때까지 꼭 활기차게. 지구별을 한 바퀴, 여행하며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