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환경연합 카페 회화나무에서 팜유 산업의 환경과 인권 침해 실태를 알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대희
포스코 대우의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은 2015년 세계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GPFG)의 윤리위원회가 문제로 삼으면서 국내외에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과 어필에 따르면, 포스코 대우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머리우케군 울릴린면에 PT Bio Inti Agrindo(이하 PT BIA)라는 이름의 팜유 플랜테이션(기업적인 농업경영)을 운영하고 있다.
김혜린 활동가에 따르면, GPFG 윤리위원회는 'PT BIA'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260여 차례 걸쳐 화재를 이용해 토지를 정리했다며, 인공위성 사진 등 증거를 내놨단다. 그리고 지난 2015년 'PT BIA'의 열대림 파괴와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파장은 컸다. 같은 해 8월 GPFG는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포스코 대우와 모기업인 포스코를 모두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2017년에도 로레알 등 20개가 넘는 세계적 기업들이 포스코 대우가 산림파괴 금지정책(NDPE)을 채택하고 이행할 때까지 포스코 대우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2월 영국 최대 드럭스토어 부츠(Boots)가 포스코 대우와 거래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으며, 6월에는 세계 5위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이 "개선의 여지가 없다"라며 포스코 대우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LG상사는 지난 2009년 11월,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자회사 PT. Green Global Lestari를 통해 보르세오섬 서부 칼리만탄주에 위치한 총 2만ha 규모의 팜 농장을 인수했다. 이후 팜유 공장을 준공해 생산량을 늘려나갔으며, 지난해 11월에도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주에 각각 8000ha와 1만 7000ha 규모의 팜 농장을 새롭게 인수해 연간 18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하지만 LG 상사 소유 팜유 농장도 토지분쟁과 수질 오염 문제가 불거졌다. 김 활동가는 LG상사 소유 팜유 농장 중 318ha가 숲으로 보존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팜유 농장에 포함돼 주민들과 분쟁을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LG상사 소유 팜 농장에서 팜 열매를 수확한 농민 5명을 절도죄로 고발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단다.
코린도 그룹의 환경파괴와 인권 침해는 잘 알려진 일이다. 국내에선 생소한 기업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선 재계 순위 20위권의 대기업이다. '코린도(Korindo)'란 이름은 한국(KOREA)과 인도네시아(INDONESIA)에서 이름 따왔으며, 팜유와 목재, 신문용지 생산, 금융산업, 해운물류 부문 등 60개 이상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어필에 따르면 코린도 그룹은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와 북말루쿠 주에 있는 8개 지역에 약 16만ha에 달하는 팜유 플랜테이션 사업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4만 9000ha를 차지하는 7개 지역은 파푸아 주에, 나머지 1만 1000ha는 북말루쿠주에 있다.
김혜린 활동가는 1998~2016년까지 코린도 그룹의 팜유 플랜테이션 사업 부지에서 약 5만ha 이상의 산림이 파괴됐다고 했다.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코린도 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팜유 플랜테이션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는데, 약 3년 만에 3만ha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림을 빠르게 파괴했다는 것이다.
2016년 글로벌 환경 연구 비영리 자문회사인 에이드인바이런먼트와 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국내외 환경단체는 '불타는 낙원' 보고서를 발표해 코린도가 불을 사용해 토지를 정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위성사진과 항공사진, 화재정보 등을 통해 얻은 모든 증거에 따르면 2013년~2015년까지 코린도 그룹의 팜 농장 부제에서 최소 894개 이상의 화재지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토지 정리를 위한 방화는 인도네시아 환경보호 관리법에 따라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제환경단체 열대우림 행동네트워크(RAN) 등 4개 환경단체가 발표한 '아주 위험한(Perilous)'에 따르면 코린도 그룹의 팜유 플랜테이션은 지역공동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관습적 권리가 인정되는 토지와 숲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이행도 실패하고, 경작허가권을 취득하지 않은 채 지난 2012년 불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코린도의 산림파괴 행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자, 주요 고객들이 줄지어 거래를 중단했다"라며 "지난 2017년 6월에도 삼성 SDS와 통합 물류 협약을 체결하고도 이에 반대하는 세계 시민들의 청원으로 협약이 무산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