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컷
JTBC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당시 캐나다의 한인 사회에서도 JTBC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열풍이 불고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상담자의 관점으로 이 드라마의 부모들을 분석했다. 이루지 못한 권력에 대한 욕구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는 캐릭터인 기준과 서준 아빠, 자신의 출신 환경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신분세탁까지 하고 이를 딸로 이어가려는 예서 엄마, 엄마로서 가진 상처를 똑같이 타인을 상처내면서 다스리려 하는 김주영 선생. 이들은 모두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보상하는 수단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의 이런 심리적 요소들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이해했다. 게다가 나는 상담자가 아닌가. 실제로 부모의 못 이룬 꿈과 열등감을 아이에게 투사해 힘든 과정을 겪는 가족들을 종종 만났고,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도 함께 했다. 그래서 난 절대 이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나도 흔들린다
그런데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정지된 휴대폰을 풀자마자 내가 받은 문자는 동네 입시학원의 선행학습 안내 문자였다. 처음엔 '역시 한국이구나' 하면서 슬쩍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이곳. 서울 강남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구 수성구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 앞 중고등 전문수학학원에서는 예비 초 4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 설명회를 한다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5학년에 올라가는 내 아이는 이미 한참 뒤처졌구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서점에 들렀다. 서점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학습기 판매원이 아이에게 "이거 한 번 해볼래?"라며 다가왔다. 이 판매원은 아이가 학습기 속 게임에 빠져 있는 사이 쉴새없이 내게 정보를 쏟아냈다. 5학년이 되면 한국사는 한 번쯤 봐야 하는데 학습기 안에 만화가 있어 쉽게 익힐 수 있다, 수학도 중학교 과정까지 다 오픈해주니 선행이 가능하다, 영어는 미국교과서가 탑재되어 있어 외국서 살다온 아이들도 하기에 좋다고 했다.
이미 나의 마음은 슬쩍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아들, 그냥 가자!"라고 재촉했지만, 점차 '이게 있으면 학원 안 다니고도 그동안 놓친 교과 과정을 보충할 수 있을 지도 몰라'라는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결국 10일간 무료로 써본 후 반납해도 된다는 말에 난 서류 작성을 하고 집주소와 전화번호, 아이의 인적사항을 모두 알려주고야 말았다.
며칠 후 기계가 도착했고, 학습 상태를 파악하는 '교사'의 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전화가 올 때마다 '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점점 불안해졌고, 한편으로는 '나도 별 수 없는 입시에 약한 한국 엄마군'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충돌하는 이 마음을 성찰할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정보들이 밀려왔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매일 같이 우편함과 집 현관에는 각종 학원 홍보물들이 붙어 있었다.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고, 어느새 홍보물에 적힌 학원들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실제로 이 학원 중 몇몇 곳은 아이와 함께 방문해 '테스트'도 받았고, 한두 곳은 등록도 했다. 학원에 등록하고 나니 마치 그동안의 공백을 학원에서 알아서 다 채워줄 것처럼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 했다.
아이를 멀리서 보았을 때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