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있는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강남기 팀장
한수미
"너 죽기 싫으면 운동해라."
농담으로 던진 친구의 말이 요샛말로 뼈를 때렸다. 평소라면 한 귀로 흘려들었겠지만 갑상선암 3기를 선고받고 대수술을 마친 그에겐 쉽게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탁구에 골프, 자전거 등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봤다. 하지만 살은 도무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무렵 친구가 산에 한 번 가보라고 한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당진시 자원순환과 강남기 청소정책팀장의 전국 100대 명산 도전이 시작됐다.
"12월 연말 회식이 많잖아요. 회식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탱탱 붓는거예요. 얼마나 심했냐면 거울을 보지 않고도 제 눈으로 볼이 부은 게 보일 정도였어요. 엄청 심했죠."
점점 붓는 얼굴에 주변 사람들까지 걱정할 정도였다. 또 피곤이 엄청 몰려왔다.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면 어느새 졸고 있었다. 그래도 체력이 좋은 편인지라 별 걱정하진 않았다. 남들 말대로 신장이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지난 2017년 1월 병원을 찾았다. 그의 나이 48살이었다.
"20년을 의사생활 했는데 이렇게 높은 갑상선 수치는 처음 본다"는 의사의 말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일반인의 갑상선 수치가 4TSH라면 강남기 팀장의 수치는 100TSH에 달했다. 20년 경력의 의사가 최대로 본 것이 80TSH라고 했을 정도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바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는 "(암) 크기가 커 실험 데이터로 쓰게 동의해 달라"는 말을 했다. 거기에 초음파 검사를 하다 "많이 진행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를 절벽 끝으로 내몰아냈다.
"내가 암에 걸릴 줄이야"
"드라마에서 보면 암 선고를 받고 주인공이 좌절하잖아요. 딱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먹먹하고, 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 그것 뿐이었어요."
암의 크기도 컸고, 진행도 꽤 됐으며, 설상가상으로 위치도 좋지 않았다. 성대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로 성대 신경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암 수술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일단 이전 체력의 60~70% 밖에 쓸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하고, 눈이 시리고 자꾸만 감겼다. 또 성대 신경 절제로 인해 밴드 보컬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요오드와 소금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해 해산물과 해조류는 물론 김치조차 입에 댈 수 없었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맞더라"며 "먹고 싶은 것을 먹지도, 가고 싶은 곳을 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