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맛집'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열에 아홉은 고기 사진이다.
조윤진
하지만 그 말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기를 먹기 위해선 식당을 돌아다니며 품을 팔아야 하고,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채식이 기본값이 되는 사회를 상상하는 건 힘들다. 우리에겐 돼지, 소, 닭보다 삼겹살, 꽃등심, 치킨이 더 익숙하다. 그러니 '고기 없인 살 수 없다!'는 말이 나오지.
고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그런데 여기, 고기 없이도 잘 사는 사회가 있다. "나 채식주의자야"라고 말해도 "응? 그게 왜?"라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오는 사회가 있다. 채식 인구 약 2억 명, 세계 최대 베지테리언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육류 소비국, 인도(India)다.
그 영향으로 인도와 가까운 스리랑카, 네팔 등 인도 아대륙 전체가 채식에 친숙하기도 하다. 인도 아대륙 전역이 '채식의 성지'인 셈이다. 인도에 채식주의자가 많은 것은 육식을 멀리하는 힌두교도가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소는 '고기'가 아니라 '생명'이다. 물론 이는 공장식 축산과 동물의 상품화에 반대하며 윤리적인 이유로 육식을 중단하는 '윤리적 채식'과는 다소 다른 맥락이다. 내가 채식을 하게 된 계기는 윤리적인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세계 인구 2위의 국가 인도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물이 인간의 고기로 태어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면, 인간은 동물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고,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이 인도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코카콜라에도 비건(vegan, 완전 채식) 표시가 붙어 있는 나라에 기대를 한 번 걸어보려고 한다.
다시 처음 질문에 대한 답변. '채식주의자의 여행은 불행할까?' 나의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이다. 적어도 나의 불행은 오사카에서 라멘을 못 먹고 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동물이 죽어야 한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일 장기여행의 목적지를 인도 아대륙으로 정한 큰 이유다.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넘어 채식주의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그만큼 동물이 덜 죽는 사회가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