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급식소 상단에는 ‘고양이 학대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경고문도 적혀 있다.
장은미
캣맘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을 '고양이 엄마'라는 뜻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2009년부터 10년째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대디'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 대표는 길고양이와 캣맘들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찢고 앙칼진 울음소리를 낸다며 싫어하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캣맘들은 눈치를 보며 몰래 밥을 준다. 그래서 1회용 그릇을 쓰고, 사람들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제가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 가족에게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식칼을 던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어요. '그냥 고양이가 싫다'는 거였죠. 싫다고 길고양이들을 다 죽이는 게 답일까요? 그래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다 '고양이마을'이라는 프로젝트까지 하게 됐어요. 캣맘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고 싶어요."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에 앞서 부산시청과 서울 종로구청 등 지자체, 동물권행동 카라 등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 1천여 곳에 유 대표가 제작한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부르는 게 이름' 각자의 방식으로 돌보는 주민들
청사포 마을에서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카페, 식당, 회사, 가정집 등 일곱 곳은 모두 원래 밥을 주던 곳들이다. 유 대표가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니 흔쾌히 동의했다. 급식소마다 보통 서너 마리 고양이가 식구여서 마을에 30마리 정도 고양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집에도 고양이 급식소를 놔 달라'고 하는 주민도 생겼다고 한다.
이 마을 한옥카페 청사포역 직원 김승은(25)씨는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 1년차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양이 기르는 사람들을 농담 삼아 집사라고 부른다.
김씨는 "사실 사장님 두 분 중 한 분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셨는데, '한옥이'가 사장님의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몸에 망토를 두른 것처럼 노란 줄무늬가 있는 한옥이는 살갑게 사람들 발치에 다가온다. 한옥이를 자주 본 사람들은 '야옹'하고 쳐다 보면 물을 달라는 뜻이라는 걸 안다. 청사포 길고양이들은 '부르는 게 이름'이다. 근처 다른 가게에서는 한옥이를 '모리'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