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2월 12일자 1면 머리기사 내용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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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도가 나온 사정은 무엇일까요? 1월 초, 법무부가 검찰청에 몇몇 시위에 연루되어 처벌받은 사람들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근거로 3․1절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특별사면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한상균, 이석기, 한명숙. 이광재 등 몇몇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사면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2월 12일 청와대 익명 취재원을 근거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정반대의 기사를 낸 것이죠. 그럼 누가 정확한 보도를 낸 것일까요?
중앙일보, 전날 자사 기사와 다른 사설로 '사면해선 안 돼' 주장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20~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사면 대상자를 검토했습니다. 사면심사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석기 전 의원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사면심사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최종 사면 대상자가 확정됩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12일 중앙일보 머리기사가 정확했고 조선일보 머리기사는 오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중앙일보의 다음날 사설입니다. 중앙일보는 12일 멀쩡한 보도를 내놓고, 다음날 사설에서는 자신들의 사실 기사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중앙일보 <사설/3․1절 특사, 코드 사면 말고 민생 사범 위주로 단행하라>(2019/2/13)에서 아래와 같이 보도했죠.
더 우려스러운 건 청와대가 정치인․노동 사범의 사면․복권 여부에 대해선 '차후에 밝힐 예정'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점이다. 내란선동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복권은 신중해야 한다. 현 정부와 정치적․이념적 동지이거나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람들 일색이라서 '정치 사면' '코드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전날 자사 기사에서 청와대 인사가 "(이들에 대한) 사면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보도해 놓고, 정작 사설에서는 "'차후에 밝힐 예정'이라고 은근슬쩍 넘어갔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 사설을 냈습니다. 시종일관 같은 취지였죠. 조선일보 <사설/'내 편'에 폭력 면허 내주려는 특별사면>(2019/2/13)은 "(사면 대상으로) 꼽은 6개의 시위․집회는 괴담에 근거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시설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다. 법치를 파괴하고 조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면 대상에 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돼 있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범법자 '우리 편'에게 면죄부를 발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두 신문사는 1면 보도는 정반대였지만 다음 날 사설에서는 말을 맞춘 것입니다.
추측성 보도가 더 많은 이상한 언론들
앞서 살펴보았지만, 사면 대상 명단은 법무부에서 20~21일 양일간 심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전까지의 보도는 모두 추측일 뿐인 것이죠. 당연히 사면 대상자 명단에 관한 보다 확실한 정보도 법무부 심사가 진행된 이 때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자신들의 추측을 후속 보도를 통해 확인했을까요?
확인 결과 21~25일까지 법무부의 사면 대상자 심사에 대해 기사를 낸 언론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중앙일보는 토요판인 '중앙SUNDAY' 보도였기 때문에 보도의 비중마저 떨어졌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3․1절 특사'에 기업인은 왜 거론조차 안 되나>를 냈지만 '문재인의 경제범 특별사면 제외 원칙을 깨고 경제인을 사면 대상에 넣으라'는 주장이어서 타 언론사의 보도와는 결이 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