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점수와 국가별 순위 추이
이상학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8년 부패인식지수가 산출된 시기는 대체로 2017년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촛불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기고,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다.
따라서 촛불의 영향과 새로운 정부 출범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적폐청산을 비롯한 현 정부의 반부패정책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내년 CPI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9년 CPI 점수는 현 정부의 반부패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CPI 점수가 산출된 세부적인 내용이다. 한국의 2018년 CPI를 산출하는 데 사용된 10개의 원천자료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2018년 전년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다. 다음으로 기업 활동 등과 관련해 관공서 등에서 마주치게 되는 부패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지표도 있다. 정치권과 기업 사이의 의심스러운 관계는 개선되고 있지 못하며 점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당히 낮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부패 수준이 충분히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패의 가장 큰 문제가 '권력을 가진 집단에서의 부패'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인 정치권과 기업간의 의심스러운 관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창구를 비롯한 공직 사회의 부패가 조금 개선됐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부패 고리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이다. 45위는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 국가의 위신을 망가뜨리는 순위다. 경제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 등과 비교하면 45위라는 국가별 순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바닥 수준이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뉴질랜드, 호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이고 부탄이나 부르나이보다도 낮다.
요약하면 2018년 부패인식지수는 조금 개선됐다. 이는 10년 동안 정체 또는 하락하던 추세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부패수준이 개선되는 추세에 들어섰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