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호원들이 출입을 막는 노란 원 부분이 삼청장 터다. 그 앞은 일반 건물로 가득해 청와대 경호에 삼청장 터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생긴다.
윤종훈
삼청장 터에서 100m 떨어진 삼청동주민센터를 찾아 삼청장에 관해 물었더니 "삼청장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 본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상급기관인 종로구청 문화과 문화재관리팀을 찾아봤다. 강영식 주무관은 "삼청장은 아직 문화재 목록에 있지 않고 문화재 지정 또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문화본부 역사문화재과도 찾아가 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답은 "삼청장은 서울시 지정문화재 목록에 없다"는 말뿐이었다.
전문가들 "남북협상·좌우합작 기념관으로 복원"
출입을 통제할 뿐인 청와대, 그리고 삼청장의 사적지 가치에 관해 논의조차 못 하고 있는 서울시와 달리, 학계와 독립운동 단체 관련자들은 한목소리로 사적지로서 보존과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장원석 학예사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해방 이후 3대 민족지사(김구, 김규식, 이승만)가 국내에 머물던 곳 중 하나인 삼청장이 문화재 가치가 있는데도 청와대 소유로 돼 있어 보존·복원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문재인 정부나 서울시에서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문화재 복원 얘기가 나오잖아요. 이승만의 이화장, 김구의 경교장처럼 독립운동가가 머물던 삼청장도 김규식 선생의 독립운동과 통일운동의 뜻을 기리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기념관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역사 인물의 단순한 주거공간의 의미를 벗어나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시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우사 김규식 박사가 귀국해서 김구 선생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며 좌우합작, 남북협상 등 활동을 펼쳤던 장소인데 우사의 독립 정신이나 남북통일을 향한 염원을 실현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경교장과 이화장은 문화재 지정, 이젠 삼청장
이승만이 귀국해 살던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학 뒤편 낙산 자락의 이화장은 조선중기 문신 신광한의 집터였다. 1982년 12월 28일 서울특별시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뒤, 1988년 큼직한 동상도 들어섰다. 2009년 4월 28일에는 국가지정 사적 제497호로 승격됐다.
이승만의 단정과 분단정책에 반대한 김구의 경교장은 현재 강북 삼성병원 소유로 병원 더 안에 있다. 이화장보다 늦은 2001년 4월 6일 서울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됐지만, 국가사적 지정은 더 빨라 2005년 6월 13일 이뤄졌다. 사적 제465호다. 복원작업을 거쳐 2013년부터 일반에 공개돼 김구의 애국사상과 민족정신을 시민들에게 들려준다. 이제 김규식의 삼청장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