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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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불안감과 걱정으로 휴일 아침, 우리 네식구가 모두 아들 지상이가 입학할 초등학교로 출동했다. 오늘 방문 목적은 학교 주변 곳곳 살피기. 그리고 무엇보다 교통안전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지상아, 저기 멀리서 차오니까 지금 손들고 건너면 되요."
횡단보도 앞에서 쭈빗쭈빗 한발을 내딛었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그렇게 갈까 말까를 망설이며 꽤나 불안해하는 아들 지상이. 옆에 있는 아빠는 그 모습이 못내 불안하고. 안되겠다 싶어 다시 반복해 교육을 시킨다.
"자꾸 그렇게 갈까 말까 갔다가 말았다 그러면 사고 난다고. 크게 손들고 씩씩하게 건너야지. 다시!"
그렇게 너댓 번 건넜을까. 그럼에도 지상이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 더 나아지겠지 싶어 다시, 또다시를 외치지만, 오히려 지상이는 더 소심해지고 어쩌질 못하는 거다. 그러다 결국 울음까지 터뜨렸으니.
"아빠, 미워!"
"지상아... 아빠는 지상이가 사고날까봐... 그래서 걱정 돼서..."
아빠는 아빠대로 화가 나고, 아들 지상이도 지상이 대로 화가 몹시 났다. 엄마인 내가 봤을 땐 그랬다. 지상이는 잘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배워온 대로, 횡단보도 앞에서는 손을 들고 차가 오는지를 두루 두루 살피고 차가 오지 않을 때 건너기. 그 법칙대로 건너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한 벌 더 앞서서, 멀리서 차가 올 때는 건너도 된다며 손 들고 씩씩하게 건너라 지시했던 것. 멀리서 오는 차에 불안한 아들은 나갔다 말았다 주춤하고 더욱 불안해하더라는 거다. 결국 중재에 나선 엄마.
"지상이가 고학년도 아니고, 이제 초등학생 1학년 되는 건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말아요. 지상아! 지상이가 배운 대로 멀리에서 오더라도 차가 올 때는 무조건 멈추고 차가 없을 때 손들고 건너는 거야~ 지상이가 맞아."
엄마의 말에 그제서야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데, 표정을 보니 이제 좀 기분이 풀린듯하다.
"아빠도 미안해. 아빠가 잘못생각 했어. 차가 없을 때만 건너야 해"
아빠도 아들도 서로 간에 오해를 풀고, 다시 우리 네식구 다같이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앞으로 부모로서 엄마도 아빠도, 이런 불안감은 더하면 더했지 없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아이 학교생활 잘할 수 있을까?"
"아직 한글 읽는게 완벽하지는 않은데, 학교수업 잘 따라갈 수 있을려냐?"
이런 저런 걱정들이 많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이라면 아이의 등하굣길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차조심하고~"
맞아. 예전 초등학교시절에 등하굣길에 엄마가 내게 늘 반복하며 강조했던 이 말. 그게 이런 부모들의 마음에서 나온 말이였구나.
여기에 나는 하나를 더 보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건넨다.
"지상아, 차조심하고. 개조심하고~"
"알아 알아, 지상이 이제 초등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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