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3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붕괴해 주민 다수가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라오스통신 제공
지난해 7월 23일, 한국의 공적개발원조사업(ODA)으로 라오스에 건설 중이었던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이 무너졌다. 19개 마을에 살고 있던 수십명의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약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댐은 SK건설이 시공을, 한국서부발전이 관리와 운영을 맡았다. 한국 정부는 '원조'와 '수출'을 결합한 새로운 복합금융 모델이라며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인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 수력발전댐 건설 사업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후 6개월이 흐른 지난 1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이하 시민사회TF)의 윤지영 팀장과 김세진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의 위앙짠(Vientian City)과 아타푸(Attapeu Province)의 5개 마을과 댐 사고로 피해를 입은 캄보디아 지역을 직접 찾아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현지의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현지주민과 관계자들을 면담하면서 언론을 통해 제한적으로 전달되었던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지난 20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현지조사 보고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그동안 시민사회TF가 진행한 활동 경과와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마주한 피해상황을 담은 짧은 영상으로 시작했다. 현지조사단은 사고 당시 상황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전달했다.
"사고가 있었던 7월 23일은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던 여름날의 저녁이었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던 저녁 8~9시경. 6~7미터의 물벼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고, 도망갈 틈도 없이 지붕에 매달려 꼬박 하루를 버텨 주민들은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을 쓸 수도 없이 고스란히 사고를 당한 수십명의 주민들은 사망하거나 실종 되었습니다."
장례 치르지 못하고 화장된 유골... 플라스틱병에 담아 절에 보관
현지조사단이 보여준 피해 마을의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무로 만든 집은 고꾸라져 있었다. 주민들은 살고 있던 마을을 떠나 임시대피소에서 석달 가량을 머물다, 라오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SK건설이 지은 캠프로 이동해 생활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캠프 시설은 나무가 아닌 양철벽과 지붕으로 되어 있어 매우 더웠다. 주민들은 공동의 화장실과 샤워장, 부실한 주방시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방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사생활 보호는 언감생심. 주민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오스 정부는 1인당 한 달에 쌀 20kg과 10만 킵(약 1만3000원)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는 라오스 물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한다.
현지조사단에 따르면 사고 직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구호 물품도 이제는 끊겼다. 주민들이 기부받은 의복은 구멍나고 해졌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이불이 필요했지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캠프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기도 하거니와 교통수단이 없어 주민들은 물건을 사거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군 소재지로 이동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초등학교는 캠프내 위치해 있지만 중고등학교의 경우 매우 먼 거리에 있어 통학이 어렵다.
현지조사단이 캠프에서 만난 주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잃고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라오스 정부는 질병 발생 위험이나 추가적인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주민들이 원래 살던 마을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지조사단이 마을에 머물렀던 시기,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화장된 유골이 빨갛고 파란 뚜껑의 플라스틱병에 담겨 사남사이 군 절에 보관되어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