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다섯마리를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박효정
나도 결혼하고 시댁에서 살면서는 강아지와 함께 지냈었고, 지금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는 것과, 다섯 마리를 돌보는 것의 노동의 강도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린 동물들을 돌보는 건, 인간의 아기를 돌보는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고, 연약한 아이가 혹여 탈이 날까 노심초사 신경을 쓰게 된다. 나를 고되게 하는 것도 아이이지만, 나를 웃게 하는 것도 아이이고,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것도 아이이다. 반려동물도 똑같다. 어쩔 때는 인간보다 동물에게 더 위로를 받는다. 사실은 자주 그렇다. 가끔은 내가 고양이를 돌보는 건지, 고양이가 나를 돌보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인간의 아이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서 병원비가 많이 든다. 예방 접종만 해도 3~4만 원은 기본이다. 거기에 사룟값, 화장실 모래값, 이것저것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곰팡이성 피부염인 링웜은 큰 병은 아니지만 질기게 오래가고 손이 많이 간다. (......) 수의사 선생님은 치료는 3주 이상 걸리고, 진료비가 많이 들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셨다. 놀랍지도 않았다. 고양이 다섯 마리가 담긴 박스를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최소 마이너스 100만 원짜리 박스가 될 것이란걸. (112쪽)
작가는 신중하게 입양 신청자를 선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절차 없이 어디서든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데, 이렇게 깐깐하게 굴면서 아이들의 집을 찾아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혹시나 생길 파양을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양 신청서'와 '입양 계약서'를 작성해 각각 한 부씩 나눠 갖고, 계약서 마지막엔 '입양 조건에 명시된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고양이에 대한 소유권이 원 보호자에게 귀속됨을 인정하고 반환하는 의무를 가진다'는 문구도 반드시 넣는다.
입양인과 연락처를 주고받아 입양 후에도 계속 아이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고양이 한 마리 데려가 키우겠다는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고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많기에 꼭 거쳐야 할 절차이다. 내가 보호하다가 입양 보낸 아이인데, 다시 버려지고 학대당하는 꼴을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이 입양한 가족과 죽을 때까지 같이 사는 비율이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라고 해서 그 비율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83쪽)
고양이들이 하나 둘 좋은 사람들을 만나 떠나고 마지막으로 '삼색이'만 남았다. 작가는 잠든 삼색이 옆에 누워 가만히 삼색이 배를 쓰다듬으며 임보 초반, '아이들과 정이 들 수 있으니 두 달 안에 모두 입양을 보내야만 한다'는 신신당부를 떠올린다.
아기 고양이들을 자기 새끼처럼 돌봐주던 작가의 고양이 '베리'는 형제자매들이 떠나고 항상 삼색이 옆을 지키며 걸음을 맞춰 걸어주고, 장난을 치면 당해주고, 물면 물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면 가만히 앉아 지켜봐 준다. 그런 삼색이와 작별 인사를 하는 베리를 보며 그만 울컥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