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이희훈
- 국내 조선업계에 큰 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빅2'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아래 현대중)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5년 말 우리나라 조선업계 고용수가 20만3000명이었다. 지금은 1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조선업 규모가 많이 커졌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때 사실 조선 수주량이 확 줄기 시작했다. (일본 등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조선업을 그때 키웠는데, 해양플랜트 때문이었다. 유가가 뛰면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나 우리가 돈을 많이 벌었다. '이게 되나 보다' 싶어서 자금이 몰리고, 조선업을 더 키웠다. 그러던 중 셰일가스로 유가가 떨어지니 해양플랜트 수주도 줄었고, 설계 능력이 떨어져 적자도 났다. 플랜트를 만들어놔도 주문한 쪽에서 가져가지 않았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굉장한 기술력을 요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남들이 조선 쪽 규모를 줄일 때 우리는 거꾸로 했다. 이후에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도 편향됐었다. 조선은 70~80%가 사내하청업체로 이뤄져 있다. 이 부분이 줄었다. 그리고 물량팀이라고 해서 임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줄었고, 정규직 같은 경우 사무직 등이 줄고 생산직은 덜 감소했다. 구조조정을 당하더라도 정규직들은 명예퇴직금 등 상당히 많이 받고 나갔다.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우리 노동조합들이 정규직으로만 조직돼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설움 등은 대변하지 않는다. (노조가) 위선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 현대중, 대우조선해양(아래 대우조선) 쪽 노조는 두 회사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조선이 잘나갈 때 미래를 위해 노사가 아무런 준비를 안 했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거다. 조선은 경기가 굉장히 출렁거린다. 그럼 노사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뭔가 해놨어야 할 것 아닌가. 회사도 그렇고 노동조합도 그렇고, 잘 벌 때는 정말 돈 엄청 벌었다. 그때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마지막에 어려워지니까 정부한테 돈 빌리고, 그게 무슨 짓인가."
- 노조는 회사 합병 뒤 대규모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같은 나라에 대형조선소 3개,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라는 논란도 있다.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뒤 조선 물량이 적으면 (조선 경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반대로 조선 수주 물량이 많으면 커버할 것이다. 조선업계에는 (선주들이) 선박을 주문하는 주기가 있다. 과거 금융위기 때 그런 주기가 맞아 떨어져 수주 물량이 감소해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데, 이제 새롭게 발주가 시작되는 시기에 있다. 또 예를 들어 유선 같은 경우 펑크가 나면 어마어마한 환경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선내 벽을 2중으로 만드는 이런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어서 조선업계 전망이 그렇게 우울하진 않을 것 같다.
아마 (현대중-대우조선 설비 가운데)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부 구조조정이 생길 수 있다. 앞서 현대중이 삼호중공업을 인수할 당시에는 별로 크게 문제된 점이 없었다. 오히려 삼호중은 현대중이 인수해서 살았다. 삼호중은 현대중보다 조금 더 저렴한 배를 만들 수 있는데, 현대중의 영업력으로 삼호중에 수주를 나눠줬다."
- 조선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를 완화할만한 단기적인 해법이 있을까.
"현대중에는 지금 고령자가 많다. (노동자들이) 뭉텅이로 나갈 것이다. 조선 쪽에 새로운 기능인력을 뽑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이 문제는 (세대교체) 그런 쪽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앞서 조선업계 구조조정 때문에 현재 수주한 물량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세대교체에 상당히 성공했다. 조선소들이 젊은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업계에)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앞으로 이 인력들이 빠르게 나가겠는가.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적지 않나 생각한다."
"지자체들, 대기업만 바라봐... 관광 등 작은 산업 혁신 고민해야"